개관 앞두고 미리 가본 ‘전일빌딩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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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앞두고 미리 가본 ‘전일빌딩 245’
도서관·갤러리·5월 기념공간…복합문화센터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 현장
지하1층~지상10층 4년간 구조변경
AR·VR 등 다양한 전시물 눈길
옥상 ‘전일마루’선 광주 한눈에
미래세대 위한 교육의 장으로
2020년 04월 07일(화) 00:00
호남언론의 1번지이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하는 상징적 현장인 ‘전일빌딩’이 광주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칫 헐릴 뻔 했던 건물은 헬기사격 탄흔 발견에 따라 2016년부터 4년에 걸친 구조 변경을 거쳐 ‘전일빌딩 245’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시민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했다. ‘전일빌딩 245’의 층별 문화콘텐츠 소개와 함께 전일빌딩의 지난 역사에 대해 미리 살펴본다.



“사람들은 저를 찾아와 너른 세상을 가르쳐주는 책을 읽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백의의 천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졸린 눈을 비비며 열심히 공부도 하였습니다…(중략) 광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품에 안은 저는 전일빌딩 245입니다.”

전일빌딩을 1인칭 화자(話者)로 한 영상이 1층 전일 아카이브 코너에 설치된 메인 모니터에서 흘러나온다. 간결한 문구와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옛 전남도청앞 ‘금남로 1가 1번지’에 자리했던 한 건물이 품고 있는 광주의 역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전일빌딩은 진압군의 헬기사격을 입증하는 상흔을 품고 있었다. 80년 5월 ‘그날’의 상황을 상기시키는 모형 헬기.
‘호남언론’의 1번지이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의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상징적 현장인 전일빌딩이 광주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광주시는 옛 전일빌딩을 매입해 4년여에 걸쳐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최근 ‘전일빌딩 245’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시민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총사업비는 국비 120억원과 시비 331억원(부설주차장 매입비 22억원 포함) 등 총 451억 원이 소요됐다. 시는 당초 지난 3일 개관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의 여파로 잠정 연기했다.

‘전일빌딩 245’ 명칭은 2017년 8월 5·18 사적지 제 28호로 지정된 옛 전일빌딩의 도로명 주소가 ‘광주시 동구 금남로길 245’이고, 2016~2017년 조사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해 건물외벽과 10층 내부에 남겨진 총탄자국이 245개(외벽 68, 실내 177개)가 일치하는 데에서 착안했다.(2019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명령조사로 내부에서 탄흔 25개가 추가 발견됐다.)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인 ‘전일빌딩 245’는 ‘역사공간에 시민들의 삶을 담아 미래 정신으로’라는 컨셉 아래 크게 ▲광주의 과거를 기억하는 곳(19800518· 9~10층) ▲광주의 현재를 만나고 나누는 곳(시민플라자· 지하 1~4층) ▲광주의 미래를 꿈꾸는 곳(광주콘텐츠 허브· 5~7층) ▲공존·휴게공간(옥상정원, 굴뚝정원·8층, 옥상) 등으로 구분된다.

1층부터 3층까지 계단으로 연결하는 ‘피어라 상징계단’ <아텍(ARTEC) 제공>
◇‘디지털 정보 도서관’ 등 시민 문화공간 갖춰=1층에 자리한 ‘전일 아카이브’는 전일빌딩의 역사를 자료사진과 영상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특히 첨단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전시물이 흥미롭다. 방문객은 대여한 ‘AR 디바이스’ 태블릿을 이용해 시대별 전일빌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전일빌딩 터의 역사’와 헬기 사격 상황을 보여주는 ‘5·18 그날의 전일빌딩’을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다. 금남로쪽 ‘캔버스 245’공간에는 1980년 광주의 아픔이 빛으로 승화돼 인권의 도시 광주로 다시 태어남을 표현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다시 태어나는 광주’(10분 50초)가 천장형 LED 모듈에 펼쳐진다. 지하 1층은 옛 전일다방을 ‘2020 뉴트로’(New+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재해석한 ‘전일 살롱’과 시멘트 블록으로 골목길을 연출한 ‘담벼락 갤러리’로 꾸며졌다.

1층부터 3층까지는 꽃처럼 피어나는 원형계단으로 연결돼있다. 계단을 타고 2층에 들어서면 ‘남도 관광센터’이다. ‘광주 360도’는 10대의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4개 면에 투영해 예향·의향·미향 광주를 소개하는 ‘광주다움’과 ‘오매 광주’로 구성된다. ‘남도 톡톡’은 광주 대표 관광지 5곳을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 5개구 대표 관광지를 디지털 액자를 통해 슬라이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3층은 전자책을 읽거나 디지털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도서관’과 작가나 시민들이 공간을 대여해 다양한 테마의 기획 전시를 할 수 있는 ‘시민 갤러리’로 변모했다. 특히 1980년 5월 당시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편집국이 있었던 3층에는 ‘5·18과 언론’ 코너가 마련돼 있다. ‘보안사의 보도검열’과 ‘신문기자들의 저항’, 유인물 신문인 ‘투사회보’ 등 5·18 당시 언론 상황을 축소모형으로 재연했다. ‘YWCA 교전’ 코너에는 1980년 5월 27일, 진압군이 전일빌딩과 인접한 YWCA 시민군과 교전하는 모습을 실물크기 모형과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다.

4층은 광주 관내 5개구별 생활문화센터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전일 생활문화센터’와 NGO 센터, 광주 청년센터, 예술공방, 대관공간(회의실)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5~7층은 기업지원센터와 콘텐츠기업 입주공간,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된 ‘광주콘텐츠 허브’와 투자진흥지구 종합 지원센터 등 투자진흥지구 기업입주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무등산과 광주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 옥상 휴게공간 전일 마루
◇5·18진실 밝히는 ‘헬기 사격’ 탄흔 간직= 9~10층은 5·18 기념공간이다. 방문객들이 1980년 헬기 총격의 실제 흔적을 직접 보면서 왜곡된 5·18의 진실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공간은 크게 프롤로그로 시작해 증거, 목격, 왜곡, 기록, 진실을 거쳐 에필로그에 이르는 옴니버스 식으로 전시스토리를 구성해놓았다.

‘프롤로그’는 ‘검은 하늘 그날: 전일빌딩’(정영창 작)과 ‘245개의 탄흔’(이혜경 작) 작품을 통해 ‘발사된 탄환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묻는다. ‘증거’ 코너는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이 2016~2017년 4차례 조사를 통해 찾아낸 헬기사격의 결정적 증거인 총탄 흔적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탄흔의 과학적 분석’ 코너에서는 ‘탄흔을 만든 탄환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와 ‘탄흔을 만들어낸 것은 어떤 총기인지’에 대해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이 밝혀낸 결과를 보여준다.

9·10층에는 1980년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제작한 광주 시가지 축소모형과 함께 M60 기관총을 장착한 UH-1 모형헬기가 공중에 매달려있다. 벽면에는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멀티 어트랙션(Attraction·손님을 끌기 위해 짧은 시간 상연하는 공연물) 영상 쇼가 연출된다. ‘왜곡’ 코너는 ‘5·18은 광주폭동이다?’, ‘집단발포는 자위권 발동이다?’ 등 6개 왜곡된 5·18의 ‘가짜’와 ‘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방문객들이 전일빌딩 자재를 재활용한 나무문, ‘진실의 문’을 열어보는 행동을 통해 왜곡된 ‘가짜뉴스’의 허구를 깨닫고 5·18의 진실에 한발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든다.

‘전일빌딩 헬기사격 VR’코너에서는 방문객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전일빌딩을 향해 총탄을 난사하는 진압군의 헬기 사격모습을 VR(가상현실)로 경험할 수 있다. 당시 상황 속에 있는 것처럼 총탄이 정면으로 날아오는 듯 생생하다. 전망 및 휴게공간인 건물옥상 ‘전일마루’와 8층 ‘카페 245’, ‘굴뚝정원’, ‘전망계단’에서는 옛 전남도청과 무등산이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온다.

김준영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은 “‘전일빌딩 245’는 5·18민주화 운동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인 공간이다. 그 아픔이 이제는 아픔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광주의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의 장소이면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산교육장이 될 것 같다. 또한 디지털 도서관과 문화산업 관련 업체들이 입주하는데 문화상품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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