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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오월편지 읽어드립니다
2017년 시작한 ‘오월 안부 프로젝트’
5월 광주 방문객들이 쓴 40장 엽서
국내외 40명이 낭독, 영상물 전시
오월 희생자에 고마움·미안함 담겨
기획자 김지현·작가 김자이 2인 작업
2020년 03월 30일(월) 00:00
‘오월 안부 프로젝트’ 중 전일빌딩을 형상화한 엽서(위·그림 윤연우)와 광주를 방문한 이들이 직접 쓴 내용이 담긴 엽서.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어보니 1980년 5월,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였던 당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30번 엽서) “우리는 경상도에서 왔어요.영화로만 보던 역사의 현장에 와서 보니, 그때 그 긴박했던 장면들을 좀더 가까이 느낄 수가 있네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워주신 당신의 피로 저희가 편하게 살고 있어요. 미안하고 고마워요.”(34번 엽서) “빚을 지고 삽니다. 집에 빚이 없어 빚이 없다 생각했는데 삶 자체가 빚이었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27번 엽서)

해마다 오월이면 국내외에서 많은 이들이 광주를 찾는다. 그들이 쓴 ‘부치지 못한 엽서’가 올해 오월에는 누군가의 목소리로 낭송돼 우리를 찾아온다.

지난 2017년 시작된 ‘오월 안부 프로젝트’가 올해는 ‘부치지 못한 안부들-당신의 목소리로 오월 안부를’을 진행한다. ‘오월 안부 프로젝트’는 광주 곳곳에 비치된 엽서에 글을 써 ‘오월 우체통’에 넣으면 전국 어디든지 무료로 발송해주는 기획이다. 방문객들은 도청 앞 회화나무, 금남로,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등 ‘오월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모티브로 윤연우 일러스트 작가와 김향득 사진작가가 촬영하고 작업한 7종의 엽서에 편지를 썼다.

지금까지 광주를 찾았던 이들이 전국으로 보낸 엽서는 약 1만여통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참가자들이 어딘가로 보내지 않고, 현장에 두고 간 편지를 모아 옛 전남도청에서 ‘부치지 못한 안부들’전을 열어 잔잔한 감동을 줬다.

올해는 부치지 못한 엽서를 낭송해 영상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초기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지현(36) 기획자와 함께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작가로 참여중인 김자이(39) 작가가 합류했다.

‘부치지 못한 안부들’을 진행하는 김자이 작가(왼쪽)와 김지현 기획자.
이번 프로젝트는 5·18 40주년을 맞아 총 40개의 안부를, 40명의 다른 목소리가 읽고 그 안부들이 오월 기간 동안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만나는 기획이다. 엽서를 낭송하는 이들은 ‘40명’이라는 한정된 숫자이지만 그들이 안부의 전달자가 돼 오월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

김 기획자는 “중년의 여성분이 썼을지도 모를 엽서를 타 지역의 청소년이 읽고, 80년 당시를 회상하는 글을 청년이 읽고, 아이의 다짐을 지긋하게 나이 먹은 이가 읽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자이 작가는 관련 홈페지이지 ‘부치지 못한 안부들’(greetingsfromgwangju.creatorlink.net) 제작을 맡았다. 홈피에는 다양한 사연을 손글씨로 써내려간 엽서 40장이 실려 있다. 낭독을 원하는 사람은 그 중 ‘마음에 남는 엽서’를 선택해 주최측과 협의를 거쳐 녹음 음성을 다시 보내주면 된다.

홈피를 열자마자 다양한 이들이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의 역사 교사, 독일과 영국에 살고 있는 교포, 오월 관련 서적을 출간하는 파주의 ‘오월의 봄’ 관계자 등이다. 또 엄마와 딸이 같이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31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두 사람은 ‘광주의 오월’에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하고 싶은 이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 광주 오월과 그런 사람들이 연계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선 5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로센터 등에서 열리는 ‘오월미술제’에서 선보인다. 두 사람은 관객과 만나는 다양한 방법을 구상중이다. 낭독 영상과 엽서를 스캔해 만든 책을 함께 전시하고, 한 사람의 관객이 테이블에 놓인 책자를 보고, 낭독음성을 들으며 오월의 모습을 만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한 사람, 한사람’에게 소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다. 또 전시장에 직접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에도 작업물을 올리고 전시 후에도 홈페이지는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월을 알릴 예정이다. 오월 안부프로젝트는 오는 5월 서울기록원에서 열리는 ‘넘어-넘어’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광주에서 엽서로 안부를 전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글을 쓰면 그 엽서를 받는 사람도 오월을 한번 생각해보게 되죠. 그렇게 광주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사람들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자들 중엔 오월을 겪은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아요. 광주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법에 참여하게 돼 고맙다는 말씀도 하시구요.”(김지현)

김자이 작가는 “늘 마음 속으로는 오월과 관련한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참여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김지현 기획자를 만나 오월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있다”며 “참여자들의 사연을 접하며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스무살의 혜숙씨가 뾰족 구두를 신고 걸었을 그 거리에서 스러져간 젊은 청년들의 뒤를 이어, 나와 내 친구들이 그 날을 기억하며 달렸습니다. 그 뒤를 내 아이들이 걸어갈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어요.”(32번 엽서)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