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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보다 훈육” 판사의 고민, 좋은 결과 이어질까
보호관찰기간중 중고 사이트 판매 상습 사기 청소년 주목
2020년 03월 27일(금) 00:00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든다…. 다만, 만 17세 청소년으로 윤리의식을 상실하거나 반사회적 인격이 굳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광주지법 형사 3단독 김승휘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402호 법정에서 A(18)군에 대한 판결에 앞서 ‘이 청소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했음을 털어놨다.

A군은 지난해 3월 자신의 휴대폰으로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접속, ‘이어폰’을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연락해오는 사람들에게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등 수십차례에 걸쳐 같은 방식으로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범행 횟수만 50회나 되고 피해자도 50명, 피해액도 1300만원에 이른다. 이미 같은 범행을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보호관찰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다. 소년보호처분도 여러 차례 받았다. 보호관찰은 실형 대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정 기간 보호관찰관의 지도와 관리를 받게 하는 제도다. 죄질이 무겁다는 얘기다. 김 판사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검찰도 이같은 점을 감안, A군을 기소하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받도록 송치하는 대신, 성인과 마찬가지로 일반 형사재판을 받도록 기소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형사처벌을 내리기보다 소년 특성을 고려한 보호와 교화를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훈육함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며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 결정을 했다. 소년부 사건은 전과(前科)가 남지 않는다. A군 어머니가 선도를 다짐하고 있고 일부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등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인생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