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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워라” 한마디가 ‘불행의 사슬’ 된다
남자다움의 사회학 - 필 바커 지음·장영재 옮김
2020년 03월 27일(금) 00:00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남자다워라’는 한마디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가장 위험할 수 있다”왜 그럴까. 사실, 이 ‘남자답다’ 말에는 현대 사회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깃들어 있다. 가정 폭력, 여성 혐오 등의 근원은 ‘진정한 남자’라는 허울 뒤에 가려진 ‘남자다움’ 때문이다.

이는 오스트페일리아 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데렉터인 필 바커의 책 ‘남자다움의 사회학’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럴 듯 수긍이 가는 것은 많은 남자들 내면에 자리한 ‘남자다움’이 허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자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알게 모르게 남자다움을 강요받는다. 약함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감정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순간순간 남자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강요가 따른다.

책에서는 이 같은 남자다움의 특징을 ‘맨박스’로 정의한다. 맨박스의 특징은 반드시 상자 안에 또는 밖에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달리 말하면 ‘입구에 한 발만 걸칠 수 없는’상태로, “완벽한 실천과 함께 누군가가 손가락질하면서 계집애 같은 남자라고 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경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이 모든 남자다움의 피해는 여성으로 향한다고 본다. 남자다움이 유발하는 일그러진 양상들은 고스란히 약자에게 전이된다는 논리다. 문제는 남자다움의 규범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삶도 불행하게 만든다. 평생토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강력한 사슬’과도 같다.

저자는 “일방통행식의 수직적 관계로 얼룩지고 강인함을 가장하는 남자다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직업 및 사회환경이 달라지면서 성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인간적 자질, 즉 창조성과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한때 남자들은 노동의 대가, 경제를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복종을 받았다. ‘문서화되지 않은 계약’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예전과 같은 단선화 된 관계는 통용되지 않는다. 일종의 자동화 혁명에 따라 남자의 권력과 지위가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남자들이 하던 일을 훨씬 더 빠르게, 더 적은 비용으로, 하루 24시간씩 할 수 있다. 무인 트럭이 바깥 차선을 달리고 배송 드론이 하늘을 채우게 된다. 영화, TV,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초현실적 아바타들이 배우를 대체할 것이다. 당신은 말하는 로봇에게 커피를 주문하게 된다.”

그렇다면 남자다움에서 벗어나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위적인 말인데 그것은 ‘강요당하는 남자다움’에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남자다움’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과거의 남성 우월주의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이상, 미래의 취업시장에서 중요한 자질인 창조성과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 남자에게 어려우면서도 보람 있는 일 가운데 하나인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훌륭한 아버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에게 항상 아버지가 함께할 것임을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머무르며 사랑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단지 보스, 리더, 집행자, 문제해결사, 공급자, 가장이 되는 것으로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소소의 책·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