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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선택
2020년 03월 17일(화) 00:00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진보 진영의 심장 역할을 했던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각종 전국 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2002년 영남 후보 노무현을 선택, 기적 같은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고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바람의 핵심 동력이 됐다. 18~19대 총선에서는 거대한 보수 여권에 맞서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켜 15대 국회 이후 20년 만에 다당제의 길을 열었다. 그만큼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한국 정치의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

이제 4·15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판을 바라보는 광주·전남 민심의 속은 편치 않다.

민주당과 야권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고질이라 할 만한 ‘오만병(病)’이 도지고 있는 모습이다.

‘공천=당선’이라는 등식 속에서 곳곳에서 과열 경선이 펼쳐졌다. 감동적 경선은 실종되고 각종 흑색선전만 난무했다. 민주당의 허술한 경선 관리도 큰 후유증을 낳았다. 광산 갑에서는 불법 선거 운동에 대한 광주시 선관위의 검찰 고발에도 불구, 경선 결과가 그대로 인정됐고 광산 을에서는 느닷없는 재경선 결정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에 맞서는 야권은 지리멸렬 그 자체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뭉친 민생당은 전혀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중진들을 중심으로 경륜의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적 피로감을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무소속으로 나선 현역 국회의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도, 과거 분열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없이 그저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다.

호남 정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 진영의 중심에 서야 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경륜과 미래의 비전을 조합하는, 지역 민심의 전략적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