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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슈퍼타워
2020년 02월 10일(월) 00:00
[이 봉 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며칠 전 TV에서 슈퍼타워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초고층아파트에 관계되는 내용이었다. 부산에서 이슈가 되었던 엘시티·마린시티 등 초고층 건물과 관련된 경관이나 도시 구조 그리고 빌딩풍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지상 50층 혹은 200m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이라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가장 많은 도시가 부산이다.

내용 중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았다. 저층이 아닌 고층, 고층보다는 초고층 높은 곳에 살수록 보장받는 게 조망의 권리이지만 개인의 조망권이 다수가 누려야 할 공적 조망권을 침범하기도 한다는 것. 고층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폭력적인 풍경에 적응해야 하는 고충. 이렇게 초고층 아파트로 새롭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해운대의 새로운 이미지로 고착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돈으로 거래되는 조망과 사유화된 경관 그로 인해 공적 조망권의 훼손 피해는 대다수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내용 등등.

조망권과 집값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강과 바다로의 조망이 가장 비싼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하나의 아파트 단지에서 바다나 강을 향한 조망을 가진 집과 조망이 되지 않는 집의 가격 차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제 조망권은 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광주에서 현재 가장 높은 건물은 광천동 상업지역의 48층 주상복합 건물이다. 또 건설 중이거나 예정된 건축물을 보면 30층에서 39층까지의 아파트나 주상복합 오피스텔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건물이 들어서면 탁 트인 조망권 등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나름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조망권은 돈으로 치환된다.

아파트 단지 설계를 보면 통경축이 있는데 대지의 형태나 일조를 고려한 주동의 배치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통경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통경축은 기존 경관에 대한 조망이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차단되는 것을 완화하는 것으로 아파트 단지 밖의 도시민을 위한 통경축이 되어야 한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무분별하게 높아지는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용도용적제나 가로구역 높이 제한 등을 통해 도시의 지역과 기반시설을 기준으로 높이를 제한하고자 하고 있다.

일본의 요꼬하마는 경관이나 자연 환경을 도시의 공공자산으로 여기고 엄격한 관리를 하는데 이를 위해 행정과 토지주들이 도시를 위한 기본협정을 맺어서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고 한다. 또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 대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된 후 도시 전체에 7층 이하의 건물을 짓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시민들은 고층건물보다는 낮고 작은 건물이 지진과 같은 재난에서 안전하고, 담장이 없는 건축물로 인해 지역사회가 보다 친밀해질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아이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고층의 도시가 아닌 저층으로 넓게 퍼져 가는 도시를 선택한 것이다.

광주에 고층 건축물이 많이 건설되는 시점은 2016년 5월 도로 사선 제한의 폐지 이후인 듯하다. 도로 사선 제한은 좁은 도로에서 고층건물로 인하여 주변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도로 폭을 기준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제도이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계단형 건물이나 뾰족한 모양의 기형적인 건물을 양산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되었다. 사선 제한이 폐지되면서 건물에 따라 20% 정도의 추가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전국적으로 고층이나 초고층 건축물들이 더욱 많이 건설되게 되었다.

과거에 필자가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의 고층 빌딩숲을 거닐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중동 두바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는 초고층 건물과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랜드마크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미 무등산과 같은 자연이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도시를 우리가 부러워하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 가지고 있는 특색을 잘 살려 우리만의 도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경관이나 도심 지역 보존을 위한 지역 특히 아시아문화전당 주변과 지산유원지와 같은 특정 구역에 대해서는 기존에 수립되어 있는 계획 등을 적용해 건축을 제한해야 한다. 개발이 필요한 지역 특히 택지개발지역이나 고층·초고층으로 개발이 되어도 주변과 괴리되지 않는 지역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도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도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도시기본계획, 경관, 건축, 공원계획 등 관련 계획들과의 연계를 통해 조사와 분석 그리고 모든 시민이 공감이 가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