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유럽 지성사 등장인물들이 엮어낸 ‘베토벤 담론’
베토벤 - 마르틴 게크 지음·마성일 옮김
2020년 01월 31일(금) 00:00
베토벤은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중 한명이다. 아마도, 지금 이 시간에도 베토벤의 음악은 어딘가에서 연주되고 있을 것이다. 특히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올해는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역시 올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등을 연주하고 3월 광주문예회관을 찾는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교향곡 5번 ‘운명’을 들려줄 예정이다. 베토벤의 극적인 인생과 작품 역시 ‘불멸의 연인’, ‘카핑 베토벤’ 등 영화와 평전을 포함 다양한 형식으로 조명돼 왔다.

‘바흐, 삶과 작품’, ‘모차르트 전기’, ‘리하르트 바그너’ 등 음악가 관련 책을 여러권 집필한 마르틴 게크 전 도르트문트 음악학 교수의 신작 ‘베토벤 :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는 유럽 지성사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엮어낸 베토벤 담론이다.

한 작곡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물론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듣는 것이겠지만 그의 삶을 다양한 인물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방법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책은 한 인물의 인생을 따라가는 기존 전기나 평전과 달리 베토벤을 둘러싸고 논의되는 12개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 주제에 적합한 36명의 역사적 인물들이 길라잡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등장인물은 슈베르트, 클라라 슈만, 번슈타인, 셰익스피어, 토마스 만, 헤겔, 들뢰즈, 아도르노, 카스파 다비트 등 작곡가, 연주자, 작가, 화가, 철학자를 아우르며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은 ‘불멸의 연인’도 모습을 드러낸다.

첫번째 주제 ‘거인주의’에는 독일 이상주의를 대표하는 헤겔과 휠덜린, 베토벤이 모두 숭배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등장한다. 그를 통해 ‘세계 정신’을 만났다고 생각한 베토벤은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는 교향곡 3번에 ‘에로이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이후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헌정 표지를 찢어버린다. 베토벤은 “무엇보다 자유를 사랑하라, 진실을 결코(왕 앞에서라도) 부인하지 말라”는 글을 남긴 인물이었다.

또 한명은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빛을 발했고, 히틀러 나치 정부의 얼굴마담 역할을 해야만했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뱅글러다.

두번째 주제 ‘확고함’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협주곡’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와 베토벤의 피아노곡의 관계를 들려주며 ‘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헉슬리는 대표 소설 ‘연애 대위법’에서 “베토벤이야말로 자신의 지식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은 그밖에 자연, 환상성, 초월, 유토피아, 베토벤의 그림자, 베토벤 명연주자들 등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번역자 마성일이 ‘옮긴이의 글’에서 밝힌 것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은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베토벤이 맺고 있는 그물망을 따라 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서양 예술사와 정신사에 깊이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북캠퍼스·3만2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