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이만교 지음
2020년 01월 10일(금) 00:00
이만교 작가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다. 그의 첫 번째 장편이자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이 소설은 결혼과 사랑에 대한 속물주의와 경직된 엄숙주의를 풍자했다. 다른 장편 ‘머꼬네 집에 놀러올래?’에서는 IMF 사태 이후 한국사회 어두운 일면을 가족사에 빗대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번에 이만교가 신작 장편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를 펴냈다.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장편소설은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판에서 일하던 대학생 한기씨는 도박꾼들에게 걸려들어 돈을 탕진한다. 시급이 센 알바를 찾던 중 파업현장에서 용역으로 일을 하게 된다. 성실한 한기씨를 눈여겨본 팀장의 알선으로 그는 국숫집을 열게 된다. 가게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데 곧이어 재개발이 시행되고, 가게를 빼앗기다시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기씨는 다른 세입자들과 연대해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에 맞서게 되고 점차 과격하게 변해간다. 대책위 사무실에 들이닥친 철거 용역과 싸우기도 하며 행패를 부리는 용역업체 사람들과 맞서 자해를 하기도 한다.

소설에는 평생 일궈온 터전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세입자들과 대책위를 만들어 회비를 뜯어가는 지역 건달들, 시공사와 계약을 맺고 철거를 강행하려는 정비업체 용역 등 다양한 주체가 등장한다. 저마다 처한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따라 언행이 달라지는 양상은 물론 재개발사업과 사회구조의 불합리성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서사적 긴장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속도감 있는 문장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문학동네·1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