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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떠나는 기영옥 단장
“승격의 꿈 이뤘으니 광주서 역할은 여기까지
성용이한테 가 손녀도 보고 자유롭게 살고파”
광주축구협회장 때 광주FC 창단 기여
오심판정 항의 … 비디오 판독 조기 도입
광주는 쭉 1군에 잔류해야할 팀
유스팀부터 적극적으로 관심 가져야
2019년 12월 04일(수) 18:40
‘승격’의 꿈을 이룬 기영옥 단장이 광주FC를 떠난다.

2019시즌 광주의 K리그2 우승을 이끈 기영옥 단장이 4일 “승격의 꿈을 이뤘다. 최대한 빨리 승격하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여기서 내 역할은 끝나는 것 같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기성용(뉴캐슬)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기 단장에게 광주는 또 다른 아들이었다.

광주축구협회장으로 광주 창단에 기여했고, 2015년 4월 6일 단장으로 취임해 광주와 함께 걸었다. 특히 그는 “광주 축구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며 무보수로 단장을 맡았다. 대신 유소년 축구 지원을 부탁하며 고향 광주의 장기적인 축구 기틀을 세우는 데 중점을 뒀다.

또 그는 지도자 출신 단장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의 빈틈을 채우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 최대화를 이뤘고, 좋은 조건에 선수들을 이적시키면서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도 했다. 올 시즌 ‘철벽 수비’로 우승에 공을 세운 아슐마토프도 기 단장이 꼭 집어, 직접 영입한 자원이다.

부임 첫해 팀 창단 최다승(10승)을 지켜본 그는 2016년 ‘3관왕’ 정조국의 활약에 웃었다. 지난해에도 나상호의 ‘3관왕’ 등극을 지켜본 기 단장은 올 시즌에는 ‘우승 단장’으로 많은 축하를 받았다.

물론 광주에서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3월 19일 서울 원정이 끝난 뒤 기 단장은 작심 발언을 한 적 있다.

상대의 크로스가 수비수 박동진의 등에 맞았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1-0으로 앞서던 광주는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경기는 1-2, 광주의 역전패로 끝났다. 기 단장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심판 판정 평가 회의 결과 ‘주심의 무기한 배정 정지와 2부심 퇴출’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기 단장도 ‘인터뷰에서 경기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한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연맹 규정에 따라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광주는 오심에 초반 분위기를 타는 데 실패했고, 이해 승점 5점 차 12위로 강등됐다.

기 단장은 “앞서 두 번이나 같은 팀 경기에서 오심이 나왔고, 나중에 오심 인정을 했다. 이미 결과가 나온 뒤에 무슨 의미냐”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징계를 각오했던 기 단장의 목소리는 기폭제가 됐고, 이해 연맹은 예정보다 이른 7월 1일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민구단’의 설움은 내부에도 있었다. 광주는 매년 예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기 단장은 시민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을 찾아다니며 예산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 단장은 “(사퇴 결정을 하고)잠이 잘 온다. 그동안 운동 못 나갔는데 축구 모임 나가서 공도 좀 차고 하겠다”며 웃었지만 ‘예산’ 이야기에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선수들 연봉 협상을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 우승을 이룬 박진섭 감독도 대우를 해줘야 한다. 프로니까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걱정했다.

무거웠던 옷을 벗고 보통의 축구 선배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게 된 기 단장은 당분간 ‘가족’에 집중할 생각이다.

기 단장은 “성용이한테 가볼 생각이고, 제일 보고 싶은 게 손녀다(웃음). 지금까지 못했던 것 자유롭게 하고 싶다”며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도 돌아보고 지내겠다. 홀가분한데 정원주 대표이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광주가 쭉 1군에 잔류해서 우승도 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나갈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표이사님, 시장님 등 윗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 프런트도 열린 사고로 팀을 도와야 한다. 1년이 아니라 영원히 가야 하는 팀이다.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유스팀부터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며 “시민 축구단으로 역사는 짧지만 많은 걸 했고 올해 시민들에게 희망을 드렸다. 앞으로도 희망을 심어줬으면 한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언급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