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은도에서 안좌도까지…천사대교 건너 떠나는 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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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에서 안좌도까지…천사대교 건너 떠나는 섬여행
자은도, 분계해수욕장 소나무 군락 인상적
암태도, ‘동백 파마머리 벽화’‘노둣길’ 인기
팔금도, 선학산 채일봉 전망대 ‘뷰 포인트’
안좌도, 수화 김환기 화백 추상화 영감 원천
2019년 11월 19일(화) 04:50
신안은 이국적인 세일요트 투어를 할 수 있다. 세일요트는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출발해 천사대교 일대를 1시간정도 둘러보는 코스를 운항한다.
안좌도 읍동선착장에 설치된 사슴조형물. 사슴들은 낚시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별을 보고, 독서를 하고, ‘멍 때리’는 동작을 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섬 접근성 바꿔놓은 ‘천사대교’=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 대교’는 바다를 가로질러 시원스레 직선으로 뻗어 있다. 자그마치 다리 구간만 7.22㎞, 전체길이 10.8㎞에 달하는 장대한 해상교량이다. 푸른 하늘아래 바다는 초록빛을 띠고 있다. 지난 4월초 ‘천사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 신안 중부권 섬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선사(先史)시대 세워진 높이 4.8m의 ‘압해도 동서리 선돌’(신안군 향토유형문화재 제3호)과 당대의 해상교량은 수천년의 시간을 초월하는 토목기술의 정수(精髓)다.

암태면 기동기 삼거리 문병일·손석심 부부 주택 담에 그려진 ‘동백 파마머리 벽화’. 암태도에서 가장 ‘핫’한 포토 존이다.


여행자는 암태도에서 시작해 자은도→팔금도→안좌도를 차례로 돌아본 후 다시 뭍으로 나가게 된다. ‘에로스 서각(書刻) 박물관’을 지나 국도 2호선과 지방도 805호선이 교차하는 압해읍 기동리 삼거리에서는 누구나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담벼락에 그려진 노부부의 동백 파마머리 벽화 때문이다. 요즘 암태도에서 가장 핫한 포토 존이다. 대문에는 ‘천사의 보금자리 문병일♡손석심’이라는 명패가 붙어져 있다. 미소 짓고 있는 노부부의 얼굴 벽화와 실제 담안에 심어진 동백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행자들은 담벼락 노부부의 얼굴 사이에 서서 인증 샷을 찍는다.

암태도는 1923~1924년 소작인 항쟁으로 유명하다. 소작인 항쟁 기념탑에는 서태석·서창석·박복영·박필선·김연태 등 ‘앞장섰던 분들’과 대하소설 ‘암태도’를 쓴 송기숙 작가가 쓴 탑명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1924년 암태도 소작인 항쟁은 동학농민전쟁 이래 민족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던 낡은 제도와 외세에 대한 저항의 불길이 소작쟁의로 터져나온 사건이다….”

암태도에서 꼭 찾아봐야할 섬 민속문화는 ‘노둣길’이다. 암태와 추포도를 연결하던 노둣길은 희미하게나마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징검다리처럼 갯벌위에 널찍한 돌들이 깔려있다. 몇 발짝 걸어보니 돌들이 흔들거린다. 주민들은 미끄럼을 막기 위해 매년 7월초에 수많은 돌들을 뒤집어 주었다고 한다. 현재 시멘트 노두길을 대신할 다리공사가 한창이다.

◇부부 금슬 좋게 하는 자은도 ‘여인송’=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 4개 섬 가운데 가장 위쪽에 자리한 자은도는 국내에서 12번째로 큰 섬이다. 해수욕장만 해도 백길 해수욕장과 분계 해수욕장 등 9개나 자리하고 있다. 분계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인상적이다. 조선시대부터 방풍림으로 조성한 숲이다. 이 가운데 일명 ‘여인송’(女人松)으로 불리는 해송은 여인이 물구나무를 선 듯 Y자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나무숲에서 바라보는 분계 해수욕장은 탁 트인 바다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하트모양 그네와 ‘신안 자은도 해사랑길’ 네모 프레임은 훌륭한 사진 포인트이자 쉼터 역할을 한다.

지난 9월에 둔장해변에서 구리도~고도~할미도를 잇는 길이 1004m의 보행교 ‘무한(無限)의 다리’가 개통됐다. ‘1도(島)1뮤지움’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조각가 박은선 작가와 스위스 출신 건축가 마리오보타가 직접 이름을 붙였다. 한운리 선착장에서 둔장해변을 연결하는 5.1㎞ 길이의 ‘해안길’은 자전거 여행에 제격이다.

◇수화(樹話) 김환기 화백의 고향 안좌도= 팔금도 선학산 채일봉(해발 159m) 전망대에 오른다. ‘신안 자전거길 인증지점 300m’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10여 분간 산길을 타면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는 빼어난 뷰포인트이다. 뭍에서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와 암태~팔금을 이어주는 중앙대교, 그리고 안좌도를 이루는 많은 섬들이 파노라마로 눈앞에 펼쳐진다.

“내 고향은 전남 기좌도(箕佐島). 고향 우리 집 문간에서 나서면 바다 건너 동쪽으로 목포 유달산이 보인다. 목포항에서 백마력 똑딱선을 타고 호수 같은 바다를 건너서 두시간이면 닿는 섬이다. 그저 꿈같은 섬이요, 꿈속같은 내 고향이다….”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 화백은 에세이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재단법인 환기재단 刊)에 실린 ‘고향의 봄’이라는 에세이에서 탯자리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그가 그렸던 새와 달과 산, 달항아리, 그리고 점화(點畵) 역시 고향의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으리라. 안좌면 읍동리에 자리 잡은 김환기 생가는 ㄱ자형 기와집이다. 안채는 1920년대 백두산에서 가져온 목재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가는 2007년에 국가 중요민속자료 제 251호로 지정됐다. 생가에서 머지않은 읍동선착장에는 사슴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안좌도 서쪽에 있는 사치도는 ‘섬개구리 신화’로 유명하다. 권갑윤·김선희 부부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사치분교 농구팀이 전남대표로 선발되고 1972년 6월 열린 제1회 전국 소년체전에서 강팀을 차례로 꺾고 준우승을 이뤘다. 당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섬소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듬해에 ‘섬개구리 만세’(감독 정진우)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안좌도 남쪽 끝 두리와 박지도, 반월도는 1462m의 해상 인도교(안좌 퍼플교)로 연결된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지난 2016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대상지로 선정되며 차츰 알려지기 시작했다. 안좌 퍼플교는 당분간 이용이 어렵다. 박지~반월(길이 915m)과 두리~박지(길이 547m) 보행교가 보수 공사 중이거나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반월은 오는 11월 25일까지, 두리~박지는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통행을 제한한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

/신안=이상선 기자 s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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