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공공디자인, 도시 풍경을 완성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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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 공공디자인, 도시 풍경을 완성시키다
도시 디자인, 행복한 도시 풍경의 완성 <12> 에필로그
공공의 공간 확보·활용 도시디자인 지향점
스톡홀름·코펜하겐 곳곳 주민 참여로 다양성 살려
광주다운 도시공간 창출 위해 벤치마킹 필요
2019년 11월 15일(금) 04:50
스톡홀름 로얄시포트 주거단지 건물.
“우리 시의 정책은 모두 ‘비전 2040’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비전을 가지고 목표를 정한 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데 익숙하다. 초당적 협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집권당이나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친환경 정책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에 초점을 맞춘 스톡홀름의 정책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스웨덴 스톡홀름 함마비 허스터드와 로얄 시포트 주거단지에 대해 설명하던 정보센터의 보 헐크버스트씨의 말을 듣고 무척 부러웠다. 광주 등 국내의 경우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해 단발성 프로젝트가 난무하고, 자치 단체장이 바뀌면 시정도 함께 바뀌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떠올라서다.

도시의 품격을 완성하는 도시 디자인은 이제 도시의 경쟁력이 됐다. 도시 전체의 미적·기능적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질까지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지역에서 진행하는 도시 디자인의 대 전제는 ‘사람 중심’ 디자인으로 공공 공간의 확보와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스톡홀름의 경우 새로운 주거 단지를 조성할 때 특히 휴식장소, 공원 등 공공 공간의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40여개 업체가 참여한 로얄시포트 주거 단지의 경우 각각의 업체들이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거·상업·공공 건물들을 짓는데, 건물 가운데 중정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도록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여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하는 건 시간이 걸리는 작업으로 끈기가 필요해 더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업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 등을 개발할 경우 그런 사례를 아카이빙 해 시 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덴마크 정부는 2014년 ‘사람 제일’(Putting people first)이라는 건축 정책을 내놓았다. 건물을 구조물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 환경으로 전제하고,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든다’는 기치를 담은 프로젝트다. 세계적인 도시계획 컨설팅 회사 ‘겔(Gel)’이 함께 한 프로젝트로 겔은 사업을 수행하며 사람들이 어떤 공공장소를 원하는지,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 지 분석해 전략을 세웠다.

지난 프로젝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은 꼭 필요한 요소다. 스톡홀름시는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함마비 허스타드의 사례를 분석하고 점검한 결과 현재 로얄시포트 사업은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주민의 적극 참여 역시 필수 요소다.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빈민가이자 폭동의 진원지였던 코펜하겐 뇌레브로 지역의 ‘수퍼킬렌’ 프로젝트가 사회 통합 공공 디자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오랜 시간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설문 결과를 반영해 62개국에서 가져온 108개 소품을 공원에 설치하고, 특히 예술그룹 ‘수페르플렉스’는 ‘극단적 참여’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주민들을 프로젝트의 ‘주인’으로 등극시켰다. 그 결과 다른 도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후 시설물 훼손 등이 최소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헬싱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오디도서관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간을 구성했다.


개관 9개월만에 200만명이 다녀가는 등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헬싱키 오디 도서관의 경우도 프로젝트를 진행한 시가 끊임없이 주민과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했고 도서관 공간과 프로그램 구성에 적극적으로 반영시켰다.

주민들과의 접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지난한 작업인 터라 성과를 내는 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 초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사람은 대개 정책에 부정적인 사람들이다. 그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접점을 찾아나가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수페르플렉스 관계자의 말은 새겨들을만하다.

스톡홀름 지하철 역사 아트조형물.


이번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광주의 상황들을 자주 견주어봤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터라 지하철 역사나 전철 안의 각종 사인물 등을 눈에 들어왔다. 특히 얼마 전 10년을 끌어온 지하철 2호선이 착공된 터라 앞으로 완성될 지하철 역사의 모습이나 공간 구성, 사인물 등의 모습을 상상하며 살펴봤다.

‘세상에서 가장 긴 갤러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지하철 역사 투어까지 진행하는 스톡홀름 지하철과 지난 10월 개통된 코펜하겐 지하철 3호선 등은 역사의 다양한 아트 작품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과하지 않은 간결한 디자인의 사인물이 인상적이었다. 또 휴지통, 의자 등을 동일 색상과 재질 등으로 통일감을 준 점도 단순하지만 공간의 품격을 높여주는 요소였다.

광주시는 현재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용역을 진행중이며 올 말에 결과가 나오면 앞으로 공공 시설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쉽게도 광주의 도시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광주의 도시 풍경도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올 봄 처음로 총괄건축가 에 선임된 함인선 한양대 특임교수는 24명의 공공 건축가와 함께 ‘광주 아트폴리스 사업’을 맡아 추진중이다. 첫 사업은 무등경기장 국민체육진흥센터와 구 인화학교 부지의 장애인수련시설이다.

애물단지였던 소각장은 ‘2019 유휴공간 문화재생 연구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곳에는 도서관이 들어서며 7억원대의 현상공모를 진행중이다. 소각장이라는 혐오시설이 광주의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 <끝>



/ 글·사진 김미은 기자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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