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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읽는 책
2019년 10월 24일(목) 04:50
소극장 무대 위.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대신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다. ‘입체낭독극장’ 무대에서 배우들이 차분히 읽어 나간 작품은 칼국수집 딸이었던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 ‘칼자국’(소설집 ‘침이 고인다’ 수록)이었다. 칼국수집 ‘맛나당’을 운영하며 가족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였던 엄마의 장례식장을 지키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억척스럽지만 따뜻했고 해학이 넘쳤던 엄마를 추억하는 내용의 짧은 소설. 책으로도 읽었지만 ‘육성’으로 들을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어머니는 칼 하나를 25년 넘게 써 왔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담담한 목소리에 실려 오는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줬고, 객석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귀로 읽는’ 오디오북이나 낭독 행사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오디오북은 2429종으로 전년 대비 418%나 늘었다고 한다.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은 국내 최초로 ‘출간 전 오디오북 연재’를 시도했고 30만 명 이상이 청취했다. 김영하는 자신의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을 직접 낭독했다. 배우 이병헌이 낭독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큰 인기를 모았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낭독 행사를 열어 온 푸른연극마을은 29일부터 11월12일까지 ‘시민 낭독극 열전’(씨어터 연바람, 무료 관람)을 진행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입센의 ‘인형의 집’, 노희경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는 시간인데, 혼자만의 책 읽기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북에 아직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라이브러리파크 오디오북 체험 공간에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들을 수 있다. 단말기를 통해 배철수·옥상달빛 등의 목소리로. /김미은 문화부장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