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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보라안과병원 원장] 눈(眼)의 날
2019년 10월 24일(목) 04:50
우리는 기념일을 좋아한다. 한글날, 국군의 날, 노동자의 날뿐만 아니라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삼겹살 먹는 날 등 많은 기념일이 있고 누군가는 그날들에 큰 의미를 두기도 한다. 심지어 결혼기념일을 잊었다는 것이 이혼 사유가 된다고도 하니 뭔가 뜻을 새겨 두는 날은 그냥 쉽게 넘길 것은 아닌 듯하다.

녹색창에 ‘눈의 날’을 검색해보면 “국민 모두가 건강한 눈으로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눈에 대한 올바른 상식을 갖도록 하며, 잘못된 사회 관념과 제도를 시정할 수 있도록 관심을 환기시키는 날. 1956년에 처음으로 제정되었으며 매년 11월 11일이다”라고 적혀 있다.

11월 11일 뭔가 생각나는 날이 있지 않은가? 바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빼빼로데이’가 바로 ‘눈의 날’과 같은 날이다. 나는 둘째 딸에게 유치원 때부터 11월 11일은 ‘눈의 날’이라고 세뇌를 시켰더니 몇 년 전에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가 빼빼로 먹는 날과 눈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별별 날이 다 있다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11월 11일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과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정을 나누는 이벤트데이여서 그날 눈 건강을 알리고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눈을 기념하는 것이 우선 순위와 홍보에서도 밀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안과학회에서는 몇 년 전부터 세계 눈의 날(매년 10월 두 번째 목요일)에 맞추어 학회 차원의 홍보와 대국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10월 10일은 49회 눈의 날로 ‘100세 시대 실명 예방, 안저 검사로 빠르게 쉽게’라는 슬로건으로 미디어 등에서 크게 홍보를 하였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안과학회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에서 황반 변성 13.4%, 녹내장 3.4%,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 망막병증이 19.6% 관찰됐다. 특히 황반 변성은 기존에 비해 두 배 높게 관찰됐고, 70세 이상에서는 네 명당 한 명에서 관찰된다고 한다. 이러한 황반 변성, 녹내장, 당뇨 망막병증을 3대 실명 유발 질환이라고 부른다. 이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안저 촬영이 필수이고, 안저는 시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신경 부분인 망막, 망막 혈관, 시신경 유두 등을 종합하여 말하는 것이다. 또 안저검사는 이런 망막이나 시신경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기본 검사이다.

그런데 아주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부작용 없이 1초 내외로 가능하며, 3대 실명 유발 질환을 조기에 감별할 수 있는 검사가 국가 건강검진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일부 공무원 검진 등에서는 포함되어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받고 있는 건강 검진에서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하여 노화와 관련이 깊은 녹내장, 황반 변성의 유병율이 각각 99.0%, 104.8%로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기대 수명이 82.7세이고 요즘 장례식장에 가보면 90세 이상인 고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노령 인구는 증가하고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노인성 안질환인 녹내장과 황반 변성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완치가 어려운 병의 특성상 초기에 발견해 잘 관리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노인성 안질환의 급증은 국민 삶의 질을 해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

빼빼로데이에 밀려 의미 있는 기념일이 되지 못 하고 있지만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눈의 날’로 지정되어 있으니 이때를 우리도 함께 따르면 어떨까 한다, ‘10’ 이라는 숫자를 90도 시계 방향으로 돌려 보면 눈꺼풀과 눈의 모양처럼 보이기도 하고 ‘둘째 주’는 눈이 두 개라는 의미로, ‘목요일’은 나무 목(木)자가 눈 목(目)자와 음이 비슷하므로 기억하기도 편하다. ‘눈의 날’이 있는 가을의 중심 10월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눈을 한 번쯤 바라보며 눈에 어떤 불편이 없는지 관심을 가져보고, 40세 이상이면 노인성 안질환 여부의 확인을 위해 안저 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