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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좋은 도시 광주를 만들려면
2019년 10월 14일(월) 04:50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오스트리아 수도 빈이 뽑혔다는 뉴스를 들었다.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 범죄, 교육, 의료서비스, 문화환경, 인프라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세계 140개 도시의 주거환경을 평가한 결과라고 한다. 이 중 빈은 대중교통의 편의와 알프스에서 제공되는 신선한 수돗물, 다양한 문화생활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뒤를 이어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 오사카, 캘거리, 벤쿠버 등의 순으로 꼽혔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본 순위에는 서울과 부산이 있을 뿐 광주는 순위에 없었다. 광주다움을 선언하고 도시의 모든 부분에서 정의롭고 풍요롭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 최근에 낮아지는 범죄율, 안전하고 깨끗한 인프라, 지하철2호선 착공으로 편리해질 대중교통, 풍부한 먹을거리 등과 같은 광주가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장점을 널리 알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도시의 ‘삶의 질’을 놓고 벌이는 순위 경쟁이란 것이 마치 미인 선발대회 같아서 평가하는 사람의 시각과 취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한 해에만 1000만 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하는 마당에 도시의 좋은 점이 뭐고 문제점이 뭔지 분별할 정도의 눈을 우리도 이제는 갖게 되었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시대를 맞아 광주는 관광객이든 투자자든 외국인을 확실히 끌어당길 만한 매력적인 도시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데가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들은 다양한 분야의 노력으로 점차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도시의 경쟁력을 모두 갖춘다 해서 광주가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 잠깐 이슈로 떠올랐던 주거복지도 좋은 도시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고령화 추세로 인한 독거노인 증가와 이들에 대한 돌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일본과 같은 ‘무연사회’의 공포와 고독사의 만연 가능성은 더 이상 우려 수준이 아니다. 또 하나를 꼽자면 노인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문제가 있고 그 중에서도 청년 주거 문제가 가볍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서울과 부산은 몇 년 전부터 세대 간 주거 공유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세대 융합형 룸쉐어링(room-sharing) 또는 한 지붕 세대 공감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안은 자산 공유, 세대 연대, 주거 대안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에 매력적인 모델로 느껴질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처럼 혁신적이고 매우 훌륭한 제도임에도 기대만큼 참여자들이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술적인 시행착오뿐 아니라 낯선 사람과의 주거 공유에 대한 거부감과 이를 상쇄할 인센티브 부족, 저렴한 임대료엔 만족하지만 같이 사는 어르신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반감과 행정적 불편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부터 광주도시공사에서 노후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을 대상으로 공공리모델링 매입 임대주택 사업을 실시한다고 공고하였다. 우선 매입 대상지로 공·폐가 등으로 인해 범죄 및 재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 노후 주택으로 인해 도시경관이 훼손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약 30㎡규모의 주택을 청년 계층에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이 같은 사업에 대해 필자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주택을 지원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저출산 등 지역의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소외받고 있는 지역민 특히 고령자의 재정착을 유도하거나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광주만의 광주형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세대가 융합할 수 있는 공동 주거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어 각자의 삶을 살면서 공간의 공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 그런 사업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광주도시공사가 공기업으로서 주거복지 측면에서 지역민의 재정착을 돕고 청년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세대가 융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주거 복지를 통해 좋은 도시 광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