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다섯 박물관을 담은 보물섬... 독일 관광의 미래가 되다
  전체메뉴
<12> 다섯 박물관을 담은 보물섬... 독일 관광의 미래가 되다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 (하)
2019년 09월 15일(일) 18:28
베를린 슈프레강 주변에 자리한 박물관섬 전경. 우아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보데박물관이 인상적이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곳, 독일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네페르티티’를 만날 수 있는 곳, 6000년 인류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근래 문화관광의 1번지로 떠오르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박물관섬(Museumsinsel)이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머물고 체험하는 관광의 미래가 담긴 거대한 예술특구다.

“댕 댕~”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이 베를린의 프리드리히 다리위에서 버스킹을 시작하자 어디선가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가수는 잠시 노래를 접고 종소리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몇분이 지난후 주변이 조용해지자 출연진들은 다시 공연을 이어갔다. 번잡한 도심과 떨어진 한적한 공간에서 펼쳐진 버스킹은 베를리너(베를린 시민)와 관광객들에게 감동과 힐링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앙콜을 부르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얼마전 방송된 종편TV의 예능프로그램 ‘비긴어게인-베를린 편’의 한 장면이다. 이날 버스킹을 중단시킨 종소리의 진원지는 베를린 대성당이다. 검게 그을린 듯한 외벽과 푸른 빛의 돔 지붕이 인상적인 베를린 대성당은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박물관섬’(Museumsinsel)의 아이콘이다. 섬을 뜻하는 독일어 인젤(insel)이 의미하듯 베를린 시내를 가르는 슈프레강 기슭에 자리한 미술관 특구다. 버스킹의 관객들 처럼 베를린 시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다.
박물관섬은 유대인 학살 흔적들을 예술로 승화시킨 베를린의 다크 투어리즘(본보 8월26일자 보도)과 더불어 문화강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18세기 예술 후원자였던 프러시아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는 왕실의 소장 미술품, 골동품, 조각작품들을 대중에 공개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립을 지시했다. 당시 계몽주의 영향으로 예술품을 통한 대중 교육을 강조했던 그는 16세기 부터 궁전을 위한 정원인 ‘기쁨의 정원’(루스트가르텐)이 조성되면서 개발된 슈프레 섬 일부를 미술관 부지로 제안했다. 이름하여 ‘예술과 과학을 위한 성소’. ‘왕의 미션’을 받은 궁정 건축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쉰켈(Karl Friedrich Schinken)은 로마의 판테온을 본뜬 우아한 원형홀과 18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이 떠받치는 주랑이 인상적인 구 박물관(Altes Museum)을 건립했다. 1830년 문을 연 구 박물관은 베를린 최초의 공공박물관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녔다.
이후 두번째로 신 박물관(Neues Museum)과 국립회화관(Alte Nationalgalerie), 보데 박물관(Bode Museum),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 등 5개 박물관이 들어선 박물관섬은 고대 유적부터 현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6000년 인류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세계유산의 보고(寶庫)다.
지난 7월 초 오전 9시, 베를린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 박물관섬에 내리자 수많은 인파가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슈프레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넌 이들은 베를린 돔 성당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곳에 들어선 5개의 박물관 가운데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곳을 먼저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박물관 5개를 제대로 둘러 보기가 힘든 만큼 우선순위를 두고 하나씩 감상하려는 것이다.
‘박물관섬(Museumsinsel)에서 가장 먼저 1830년 문을 연 구 박물관(Altes Museum)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박물관 섬의 첫 번째 박물관인 구 박물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건축물인 박물관은 그리스·로마시대의 유물과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시대의 회화, 중세시대 독일 작가의 작품, 20세기 표현주의 거장들의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독일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느끼고 싶은 관람객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미술관이다.
고대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Nefertiti) 흉상
두번째로 건립된 신 박물관은 쉰켈의 제자인 프리드리히 아우그스트 슈틸로의 설계로 12년간의 공사끝에 1855년 완공됐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되기 전까지 고대이집트의 예술품과 미라 등 고고학 소장품을 전시했다.

페르가몬 박물관에 들어서면 바빌론의 최고유산으로 꼽히는 ‘이슈타르의 문’이 관람객을 맞는다.
박물관섬에서 가장 늦게 들어선 페르가몬 박물관은 매년 100만 명이 다녀가는 인기 있는 박물관이다. 구 박물관 옆에 자리한 페르가몬 박물관 앞은 개장 시간 1시간 전부터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로 늘 북적인다. 현재 박물관섬의 마스트플랜에 따라 오는 2025년을 목표로 박물관의 네번째 날개를 추가하는 확장공사가 진행돼 깔끔한 외관을 볼 수는 없다.
박물관 이름이 말해주듯 기원전 300년 동안 소아시아 지역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였던 페르가몬의 제우스 신전, 고대 바빌론에 있었던 이슈타르의 문과 로마시대의 시장 출입문 등이 전시돼 있다. 유적지의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제우스신전, 고대 유물들을 보여 주기 위한 건물은 알프레트 메셀의 설계로 1910년 짓기 시작해 20년 뒤인 1930년 완공됐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악”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거대한 신전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페르가몬 신전 유적은 독일 고고학자들이 오스만터키 정부의 허가를 얻어 1897년부터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역사와 미술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리스 판테온 신전의 대리석 장식을 런던으로 옮겼던 대영제국과 겨뤄 더 위대한 고고학적 업적을 남기겠다는 독일제국의 야심이 작용한 산물이다.
베를린 소재 16개 국립 미술관, 도서관들로 구성된 국립미술관 협회(The Staatliche Museen zu Berlin) 대표 미카엘 아이젠하워(Michael Eissenhauer)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박물관섬의 건물들이 심각하게 훼손됐지만 다양한 건축, 기술, 박물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독일 문화의 상징인 박물관섬을 복원했다”면서 “5개의 박물관이 독립적인 건축물로 기능하되 지하에 각 건물들을 연결하는 통로를 통해 카페, 강당등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수 있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고 말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