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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적지 옛 적십자병원 민간매각에 사라질 위기
서남학원 공개매각 절차 진행…5월단체 “광주시가 직접 인수 나서야”
광주시는 예산 부족 이유 사실상 포기…중요 유산 보존대책 시급
2019년 08월 29일(목) 04:50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동구 불로동)이 2014년 운영난으로 폐쇄된 이후 민간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인 ‘구 광주적십자병원’이 민간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주시 등이 직접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지 면적만 2843㎡(860평) 규모인 ‘구 광주적십자병원’은 광주 천변 일대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경우 민간 업체에서 상업용 건물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시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매입 작업 자체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5·18 관련 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28일 광주시와 광주시 동구, 서남학원 재단 등에 따르면 서남학원재단은 1995년 광주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지상 3층 규모의 구 광주적십자병원(대지 2843㎡, 건물 3777.98㎡)을 인수해 서남대병원으로 운영하던 중 적자 등으로 2014년부터 폐쇄했다.

서남학원은 이후 1350억원의 채무를 떠안고 청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구 광주적십자병원도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재산매각 승인을 받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5명으로 구성된 서남학원 청산인 이사회는 공개 매각을 하기로 결정했으며, 최저입찰가는 건물과 토지, 집기 일체를 포함해 80억~9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남학원측은 오는 30일 청산인 이사회를 다시 열어 공개 입찰 일정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며, 9월 초 일간지에 공개입찰 공고를 내고 1개월의 신청기간을 거친 뒤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광주적십자병원은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서울택시기사인 송강호와 광주택시기사인 유해진이 처음 만난 장소로, 영화 속에서는 당시 택시운전사들이 부상자를 태우고 드나들던 병원으로 표현됐다. 실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적십자병원은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하고 시민들의 목숨을 살려낸 곳이다. 1980년 5월 18일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폭력으로 최초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가 처음 이송된 병원으로도 유명하다. 5·18민주화운동 이후에도 부상자 치료에 적극 나서는 등 적십자 정신을 이어갔으며, 광주시는 1998년 1월 사적지 제11호로 지정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중요 사적지가 민간에 매입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광주시 동구는 자체 매입 예산확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무산됐으며, 최근 광주시에 매입에 나서달라는 협조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5·18선양과 관계자는 “구 광주적십자병원을 매입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낙찰을 받더라도 한달내에 낙찰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는 탓에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적십자병원의 매각소식이 알려지면서 5·18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민간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적지 전문가들은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 5·18 사적지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주시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원형 보존의 당위성을 중앙 정부에 알리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구 광주적십자병원은 5·18사적지로 5·18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라며 “광주시는 재단과 단체들의 여론을 수렴해 5·18사적지 보존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승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구 광주적십자병원은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광주시가 인수해 역사체험을 통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