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미술을 사랑한 도시…자동차·맥주마저도 예술
독일 뮌헨
유럽현대미술 서막 알린
예술가 그룹 ‘청기사’ 발신지이자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 개최지
중세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10여개 미술관이 한곳에
예술특구 ‘쿤스트아레알’
유럽현대미술 서막 알린
예술가 그룹 ‘청기사’ 발신지이자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 개최지
중세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10여개 미술관이 한곳에
예술특구 ‘쿤스트아레알’
![]() 뮌헨의 예술특구인 쿤스트아레알의 알테 피나코테크 |
자동차, 맥주, 그리고 미술….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이자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뮌헨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인구 140여 만명의 뮌헨은 BMW의 생산지이자 매년 가을이면 전 세계에서 6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맥주축제)의 개최지이다. 무엇보다 뮌헨은 유럽현대미술의 서막을 알린 예술가 그룹 ‘청기사’의 발신지라는 점에서 문화도시다. 특히 자동차와 미술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미술관들이 밀집해 있는 쿤스트아레알(Kunstareal)은 아이콘이다.
쿤스트아레알은 뮌헨을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예술특구다. 도시 어디에서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 쉽게 닿을 수 있을 만큼 접근성도 뛰어나다. 고대 미술에서 부터 21세기 현대 미술의 컬렉션까지 10여 개의 미술관을 한 곳에서 둘러 볼 수 있다는 점이 쿤스트아레알의 매력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클립토테크, 바실리 칸딘스키, 프란츠 마르크를 중심으로 한 청기사파의 작품을 소장한 렌바흐하우스, 13세기~18세기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 18세기 후반~19세기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덴(Pinakothek der Moderne·이하 모던 피나코테크), 국립고미술박물관, 국립그래픽 아트전시관, 브란트호스트 뮤지엄 등 면면도 화려하다. 피나코테크는 그리스어로 ‘그림 수집관’이라는 의미다.
이들 가운데 ‘피나코테크 3총사’로 불리는 알테 피나코테크, 노이에 피나코테크, 모던 피나코테크는 문화관광의 필수코스다. 오데온플라츠 지하철 역에서 내려 쿤스트레알쪽으로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모던 피나코테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대미술 전시장 답게 노출콘크리트 기법으로 설계된 모던한 건축미가 시선을 끈다. 미술관 앞 정원에 자리한 UFO 모형의 대형 설치작품 ‘The Futoro Haus’(미래형 주택·마티 수로덴 작)는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모던 피나코테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근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스테판 브라운펠이 설계한 미술관은 미술(Art), 프린트 & 드로잉, 건축, 디자인 미술관 등 ‘한지붕 4가족’(One House Four Museum)이라는 독특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3층 규모의 모던 피나코테크는 각 층마다 3~4개의 전시관으로 구분해 연중 ‘성격’이 다른 주제의 기획전을 진행한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 들인 유리천장의 로툰다 양식에 압도된다. 흰색과 회색으로 마감된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순백의 캔버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지하로 이어지는 거대한 공간에 진열된 ‘컬러풀한’ 작품들이 얼굴을 내민다. 지하 2층 규모의 이 디자인 미술관에는 자동차, 자전거, 의자, 컴퓨터 등 10만 개 이상의 산업·그래픽 디자인 작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자동차 회사와 공동으로 기획한 브랜드 전시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수많은 자동차 모형은 새삼 BMW의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온’ 자동차의 모델들이 오브제처럼 전시돼 자동차 쇼윈도인지 미술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모던 피나코테크의 진가는 화려한 컬렉션에서 드러난다. 조르주 브라크, 후안 미로,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프랜시스 베이컨, 피카소 등 20세기 모더니즘의 거장에서 부터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프란츠 마르크 등 독일 표현주의 작가,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미술 대가들의 명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모던 피나코테크에서 나와 공원을 가로지르면 1836년에 개관한 알테 피나코테크와 1853년에 문을 연 노이에 피나코테크가 관광객을 맞는다. 고풍스런 외관의 알테 피나코테크에서는 플랑드르 거장 루벤스의 ‘부인 나체상’을 비롯해 14~18세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7000여 점의 유럽과 독일 회화 가운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과 같은 유명 화가 작품도 포함돼 있다. 노이에 피나코테크에는 19세기 이후의 유럽과 프랑스, 독일 회화들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취재를 갔던 지난 7월초에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미술관 내부를 관람할 수 없었다.
뮌헨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또 다른 명소는 도시 외곽의 올림픽 공원에 자리한 BMW 자동차 박물관(BMW Museum)이다. 1973년 뮌헨 하계 올림픽 폐막 이후 설립된 BMW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글로벌 기업 BMW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각 시대별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다양한 모델들이 미술관의 예술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본사 사무실과 공장, 박물관, 문화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BMW 지역은 1960년대까지 제조업 공장 외엔 볼거리가 거의 없었던 뮌헨의 랜드마크가 됐다.
커다란 그릇을 연상케 하는 미술관 외관은 자동차 4기통 엔진을 형상화 한 본사 건물 옆에 나란히 붙어있다. 한해 방문객이 300만 명에 이를 만큼 자동차의 메카로 자리잡은 데 자신감을 얻은 BMW는 지난 2007년 박물관 맞은편에 ‘BMW 벨트(WELT·영어로 World)를 열어 또 한번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BMW 차량 딜리버리 센터 및 통합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BMW 브랜드의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신축 당시 뮌헨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BMW 벨트는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 공학, 디자인, 환경과학의 총체인 자동차를 주제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발전소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공업도시에 불과했던 뮌헨시는 자동차와 교육, 관광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의 도시로 변신했다.
1975년부터 추진해온 아트카 컬렉션(Art Car Collection)은 BMW의 메세나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업. 전 세계 역량있는 아티스트들이 BMW의 자사 차량을 소재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며 예술창작 작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BMW 벨트의 홍보담당 알렉시스 로시(Alexis Rossi)는 “BMW 그룹은 창의성, 가능성, 자유에 기준을 두고 문화예술 관련 투자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BMW가 위치한 뮌헨과 독일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뮌헨=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이자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뮌헨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인구 140여 만명의 뮌헨은 BMW의 생산지이자 매년 가을이면 전 세계에서 6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맥주축제)의 개최지이다. 무엇보다 뮌헨은 유럽현대미술의 서막을 알린 예술가 그룹 ‘청기사’의 발신지라는 점에서 문화도시다. 특히 자동차와 미술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미술관들이 밀집해 있는 쿤스트아레알(Kunstareal)은 아이콘이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모던 피나코테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근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스테판 브라운펠이 설계한 미술관은 미술(Art), 프린트 & 드로잉, 건축, 디자인 미술관 등 ‘한지붕 4가족’(One House Four Museum)이라는 독특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3층 규모의 모던 피나코테크는 각 층마다 3~4개의 전시관으로 구분해 연중 ‘성격’이 다른 주제의 기획전을 진행한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자연광을 실내로 끌어 들인 유리천장의 로툰다 양식에 압도된다. 흰색과 회색으로 마감된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순백의 캔버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지하로 이어지는 거대한 공간에 진열된 ‘컬러풀한’ 작품들이 얼굴을 내민다. 지하 2층 규모의 이 디자인 미술관에는 자동차, 자전거, 의자, 컴퓨터 등 10만 개 이상의 산업·그래픽 디자인 작품이 전시돼 있다.
![]() BMW 자동차 박물관 |
특히 인상적인 건 자동차 회사와 공동으로 기획한 브랜드 전시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수많은 자동차 모형은 새삼 BMW의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온’ 자동차의 모델들이 오브제처럼 전시돼 자동차 쇼윈도인지 미술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모던 피나코테크의 진가는 화려한 컬렉션에서 드러난다. 조르주 브라크, 후안 미로,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프랜시스 베이컨, 피카소 등 20세기 모더니즘의 거장에서 부터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프란츠 마르크 등 독일 표현주의 작가,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미술 대가들의 명작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모던 피나코테크에서 나와 공원을 가로지르면 1836년에 개관한 알테 피나코테크와 1853년에 문을 연 노이에 피나코테크가 관광객을 맞는다. 고풍스런 외관의 알테 피나코테크에서는 플랑드르 거장 루벤스의 ‘부인 나체상’을 비롯해 14~18세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7000여 점의 유럽과 독일 회화 가운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과 같은 유명 화가 작품도 포함돼 있다. 노이에 피나코테크에는 19세기 이후의 유럽과 프랑스, 독일 회화들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취재를 갔던 지난 7월초에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 미술관 내부를 관람할 수 없었다.
![]() BMW 자동차 박물관 |
뮌헨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또 다른 명소는 도시 외곽의 올림픽 공원에 자리한 BMW 자동차 박물관(BMW Museum)이다. 1973년 뮌헨 하계 올림픽 폐막 이후 설립된 BMW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글로벌 기업 BMW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각 시대별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다양한 모델들이 미술관의 예술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본사 사무실과 공장, 박물관, 문화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BMW 지역은 1960년대까지 제조업 공장 외엔 볼거리가 거의 없었던 뮌헨의 랜드마크가 됐다.
커다란 그릇을 연상케 하는 미술관 외관은 자동차 4기통 엔진을 형상화 한 본사 건물 옆에 나란히 붙어있다. 한해 방문객이 300만 명에 이를 만큼 자동차의 메카로 자리잡은 데 자신감을 얻은 BMW는 지난 2007년 박물관 맞은편에 ‘BMW 벨트(WELT·영어로 World)를 열어 또 한번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BMW 차량 딜리버리 센터 및 통합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BMW 브랜드의 모든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 BMW 박물관 내부 전시장 |
신축 당시 뮌헨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BMW 벨트는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 공학, 디자인, 환경과학의 총체인 자동차를 주제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발전소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공업도시에 불과했던 뮌헨시는 자동차와 교육, 관광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의 도시로 변신했다.
1975년부터 추진해온 아트카 컬렉션(Art Car Collection)은 BMW의 메세나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업. 전 세계 역량있는 아티스트들이 BMW의 자사 차량을 소재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며 예술창작 작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BMW 벨트의 홍보담당 알렉시스 로시(Alexis Rossi)는 “BMW 그룹은 창의성, 가능성, 자유에 기준을 두고 문화예술 관련 투자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BMW가 위치한 뮌헨과 독일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뮌헨=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