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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청산·일본 사죄 외치며 분신 영암 최현열 선생을 기억하시나요
2015년 광복 70주년 앞두고
‘7000만 동포에게 고함’ 남기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
독립운동가 부친 뜻 이어
위안부 피해 해결 등 앞장
망월동 묘역서 4주기 추모제
2019년 08월 19일(월) 04:50
광주시 북구 망월동 5·18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지난 17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고(故) 최현열 선생 4주기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아베 정권과 맞서 싸우려면,

쇠보다 단단한 가슴이 되도록

우리들의 삶에 불을 붙이고

이순신장군 같은 결연한 의지

3·1정신으로 똘똘 뭉쳐야”

-7000만 동포에게 고함’ 중에서



“아베정권과 맞서 싸우려면 우리들의 정신부터 뜯어 고치고, 3·1정신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합니다. 우리가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면 무엇인들 못해 내겠습니까?”

지난 17일 오전 11시 광주시 북구 망월동 5·18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는 4년 전 광복 70주년을 3일 앞두고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며 분신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최현열 선생의 4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를 주관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아베정권 규탄운동에 맞춰 올해 추모제는 최 선생의 생전 활동을 현시점에서 재해석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최 선생이 80세의 나이로 2015년 8월12일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할 당시 현장에 남겼던 ‘7000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호소문과 시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 선생은 호소문을 통해 “역사는 무거운 짐입니다. 말로만 애국애국 천번 만번 떠벌이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며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나라는 미래도 없습니다. 지금도 일본놈들의 속셈은 알 수 없고 하는 행동은 괘씸하지만 과거사는 과거사로 돌리고 자기들의 잘못을 빨리 뉘우쳐 가깝고도 먼 나라 만들지 말고 다정한 이웃으로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아베 정권은 아직도 반성할 줄 모르고 있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었다.

또 “친일 부역자들은 떳떳하게 살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한일 관계는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아베 정권과 맞서 싸우려면 쇠보다 단단한 가슴이 되도록 우리들의 삶에 불을 붙이고 이순신 장군 같은 결연한 의지, 3·1정신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선생은 이 글을 남기고 9일 만인 같은 달 21일 숨을 거뒀고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됐다.

최 선생이 분신까지 하며 일본을 규탄하면서 뒤늦게 그가 독립운동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조명을 받았다. 최 선생의 부친 최병수 열사는 1931년 영암지역에서 일제에 저항해 농민운동을 하다 1년의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지난해 최병수 열사에게 건국포장을 수여하며 독립유공자로 인정했다.

평생을 농민으로 살아온 최 선생은 부친의 뜻을 이어 지난 2013년부터 시민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며 강제징용 피해할머니들을 후원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열릴 때마다 법정을 찾아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자 최 선생은 강하게 분노하며 분신으로써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반일 운동과 항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선생님을 알아주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얼마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선생님이 본인의 몸에 붙인 불꽃이 이제 들불이 되고 횃불이 돼 아베 정권에 항거하는 우리 국민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