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40명만을 위한 교육…성적지상주의가 부른 ‘타락 학교’
시험문제 유출 파문 광주 고려고 ‘내신 몰아주기’ 행태 경악
답안 빈칸 제출해도 점수 주고
같은 답도 일반학생보다 높은 점수
오답을 정답 처리 등 성적 조작
채점 기준없이 교사가 ‘알아서’
성적우수 학생만 기숙사생 선발
자습실·책상 등 시설도 차별
답안 빈칸 제출해도 점수 주고
같은 답도 일반학생보다 높은 점수
오답을 정답 처리 등 성적 조작
채점 기준없이 교사가 ‘알아서’
성적우수 학생만 기숙사생 선발
자습실·책상 등 시설도 차별
시험문제 유출 사태로 불거진 광주 고려고등학교의 ‘내신 몰아주기’ 행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성적상위권 학생이 서술형 문제 답안을 ‘빈칸’으로 제출해도 점수를 주는가 하면, 같은 답에도 일반 학생에 비해 높은 점수를 줬다.
1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학교법인 고려학원 산하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시험문제 사전 유출을 비롯한 상위권 학생의 특별관리와 입시 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 등을 적발했다.
오답을 정답 처리하거나, 정답을 오답으로 채점하는 등 서술형 문제 점수를 조작한 것만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수천 건에 달했다.
답을 적어내지 못해 ‘빈칸’으로 제출한 상위권 학생에게 점수(5점)를 줬고, 똑같은 답을 적었지만 상위권 학생에겐 7점, 일반 학생은 3점을 주는 등 부당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채점에 대한 기준 없이 교사가 ‘알아서’ 점수를 준 뒤, 채점기준표를 만들도록 한 학교의 방침 때문이었다.
서술형 문제의 경우 채점기준표를 출제한 시험문제와 함께 시험전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결재를 받아야 하지만, 고려고는 채점 이후 결재하도록 했다. 상위권 학생의 답을 보고 채점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여지를 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선 고려고가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성적표 발송 일정 등을 늦춘 적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고려고는 그동안 성적 순으로 ‘심화반’을 운영하는 등 특별관리하고, 사회적 통합대상자와 원거리 통합대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성적우수 학생만을 기숙사생으로 선발해 특별교육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3학년 301명 가운데 문과 10명·이과 30명 등 40명이 심화반으로, 이중 38명이 기숙사생이었다. 이들에겐 일반 학생은 기회조차 없는 과목별 방과후학교-자율동아리-토요논술교실을 연계한 심화된 교육활동이 제공됐다.
특히 심화반 학생들에겐 방과후 냉방시설이 설치된 자습실과 일반 학생의 책상보다 배 이상 큰 책상을 제공하는 특혜까지 줬다.
교육과정 역시 말 그대로 ‘파행’이었다. 상위권 학생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일반 학생들이 ‘들러리’로 활용됐다.
실제 고려고는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논리(?) 아래 8개(물리1·2,화학1·2, 생명과학1·2, 지구과학1·2)의 선택 과목 중 학생 의사와 무관하게 ‘생명과학Ⅰ’·‘물리학Ⅰ’·‘물리학Ⅱ’만을 필수로 지정·운영했다.
다른 일반계 고교에서는 소수 학생만이 선택하는 물리학Ⅱ를 자연계열 전체 학생이 이수하게 하고, 상위권 학생의 내신성적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했다.
‘논술’과 ‘창의적 체험활동’(진로활동) 시간도 영어와 수학 수업으로 대체해 운영했다. 주당 각각 4시간 이뤄지는 3학년 ‘화학Ⅱ’과 ‘지구과학Ⅱ’의 절반은 물리 수업으로 대체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입 학교장추천 전형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고려고 자체 규정에는 교과 내신과 비교과 점수를 반영해 선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비교과 영역 점수는 무시한 채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모든 대학에 성적 우수학생을 단수 추천했다. 추천 학생에 대한 증빙 자료도 없을 뿐더러, 학교운영위원회 자문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7일 3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에서 수학동아리 학생에게 사전 시험문제를 제공한 것 외에도, 지난해 1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에서도 9개 문제가 방과후학교 ‘수학 최고급반’이 사용한 교재에서 출제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밖에 수학은 2017∼2019년 시험문제 중 고난도 197개 문항을 조사한 결과, 150개 문항이 특정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했다.
국어도 2018∼2019년 16개 문항이 100% 같거나 부분 일치해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제가 특정 학생에게 미리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해당 학교법인에 고려고 교장은 파면, 교감은 해임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부장교사 4명에 대해서도 정직 3개월 등 중징계를 요구했고, 관련 교사 48명에 대해서는 비위 정도를 감안해 징계나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고려고 전체 교사가 60여명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교사가 징계·수사를 받게 됐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성적상위권 학생이 서술형 문제 답안을 ‘빈칸’으로 제출해도 점수를 주는가 하면, 같은 답에도 일반 학생에 비해 높은 점수를 줬다.
1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학교법인 고려학원 산하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시험문제 사전 유출을 비롯한 상위권 학생의 특별관리와 입시 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 등을 적발했다.
답을 적어내지 못해 ‘빈칸’으로 제출한 상위권 학생에게 점수(5점)를 줬고, 똑같은 답을 적었지만 상위권 학생에겐 7점, 일반 학생은 3점을 주는 등 부당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채점에 대한 기준 없이 교사가 ‘알아서’ 점수를 준 뒤, 채점기준표를 만들도록 한 학교의 방침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선 고려고가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성적표 발송 일정 등을 늦춘 적도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고려고는 그동안 성적 순으로 ‘심화반’을 운영하는 등 특별관리하고, 사회적 통합대상자와 원거리 통합대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성적우수 학생만을 기숙사생으로 선발해 특별교육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3학년 301명 가운데 문과 10명·이과 30명 등 40명이 심화반으로, 이중 38명이 기숙사생이었다. 이들에겐 일반 학생은 기회조차 없는 과목별 방과후학교-자율동아리-토요논술교실을 연계한 심화된 교육활동이 제공됐다.
특히 심화반 학생들에겐 방과후 냉방시설이 설치된 자습실과 일반 학생의 책상보다 배 이상 큰 책상을 제공하는 특혜까지 줬다.
교육과정 역시 말 그대로 ‘파행’이었다. 상위권 학생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일반 학생들이 ‘들러리’로 활용됐다.
실제 고려고는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논리(?) 아래 8개(물리1·2,화학1·2, 생명과학1·2, 지구과학1·2)의 선택 과목 중 학생 의사와 무관하게 ‘생명과학Ⅰ’·‘물리학Ⅰ’·‘물리학Ⅱ’만을 필수로 지정·운영했다.
다른 일반계 고교에서는 소수 학생만이 선택하는 물리학Ⅱ를 자연계열 전체 학생이 이수하게 하고, 상위권 학생의 내신성적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했다.
‘논술’과 ‘창의적 체험활동’(진로활동) 시간도 영어와 수학 수업으로 대체해 운영했다. 주당 각각 4시간 이뤄지는 3학년 ‘화학Ⅱ’과 ‘지구과학Ⅱ’의 절반은 물리 수업으로 대체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입 학교장추천 전형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고려고 자체 규정에는 교과 내신과 비교과 점수를 반영해 선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비교과 영역 점수는 무시한 채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모든 대학에 성적 우수학생을 단수 추천했다. 추천 학생에 대한 증빙 자료도 없을 뿐더러, 학교운영위원회 자문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7일 3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에서 수학동아리 학생에게 사전 시험문제를 제공한 것 외에도, 지난해 1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에서도 9개 문제가 방과후학교 ‘수학 최고급반’이 사용한 교재에서 출제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밖에 수학은 2017∼2019년 시험문제 중 고난도 197개 문항을 조사한 결과, 150개 문항이 특정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했다.
국어도 2018∼2019년 16개 문항이 100% 같거나 부분 일치해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제가 특정 학생에게 미리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해당 학교법인에 고려고 교장은 파면, 교감은 해임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부장교사 4명에 대해서도 정직 3개월 등 중징계를 요구했고, 관련 교사 48명에 대해서는 비위 정도를 감안해 징계나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고려고 전체 교사가 60여명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교사가 징계·수사를 받게 됐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