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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칼럼-한국환 전남도립대 외래교수] 대한민국, 새 도약의 기회
2019년 08월 14일(수) 04:50
광복절 74주년을 맞이하며 우리나라 위상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세계에서 작은 나라(면적 107위, 인구 28위)에 속하지만 지난해 GDP 세계 12위, 1인당 GDP 29위, 수출은 7위(일본의 82%)를 기록했다.

일본은 우리 면적의 3.8배, 인구 2.5배, GDP 3배이며 수출 1.2배(세계 5위)다. 그런데 일본이 세계 GDP 3위의 경제 대국답지 않게 치졸하고 일방적인 경제 전쟁을 도발했다.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 대법원 강제 징용 배상 판결 후 국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출을 일본이 규제하면서 무역 분쟁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에 맞서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는 의식의 소비자 운동이다.

사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는 단순한 한일 간 갈등이 아니라, 상식 대 비상식의 싸움, 군국주의를 유지하려는 자와 군국주의를 청산하려는 자의 싸움이다. 그들은 우리를 침략해 35년을 강점 지배했고 인적·물적 자원을 철저히 침탈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경제적으로 자신들 턱밑까지 추격하자 21세기 산업 핵심인 반도체 소재를 타격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지난 2일에는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그래서 수출 규제가 아니라 경제 보복, 그리고 경제 전쟁을 넘어 이제 ‘경제 침략’으로 그 의미가 확대 해석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으로 세계의 반도체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으면 우리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전자 제품 생산에 큰 혼란이 생긴다. 세계 D램 반도체 생산의 70%,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국내 생산에 이상이 생기면 세계 주요 전자 제품 생산이 위축되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1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하는 3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가 글로벌 공급망 훼손 책임 때문인지 지난 8일엔 수출 규제 대상 일부를 허가했다.

실제로 일본과 우리의 기술 격차는 크다. 미국의 소재 기술이 100점이면 일본 98점, 한국 78점 수준인데, 우리와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2.6년이며 중국과는 비슷하다. 미중 무역 전쟁에도 중국은 4차 산업 혁명의 쌀로 통하는 ‘반도체 굴기’를 위해 2014~2020년 동안 총 100조 원, 화웨이도 자체 반도체 칩 개발에 5년간 약 5147억 원을 투자한다.

요즘 한일 무역 분쟁에도 미국은 계속 침묵하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서 이런 일본의 갑작스런 유화 제스처는 명분상의 술책일 수 있으니 우리는 일본의 태도와 대응을 봐가며 적절하게 대응 카드를 써야 한다.

이제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함께 소재·부품 산업에 국산화 바람이 불었다. 정부는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위해 예산과 금융, 세제 등 특단 대책을 발표했고 중소기업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성패는 결국 판로에 달려있다. 따라서 핵심 기술 조기 국산화를 위해 수요자인 대기업과 공급자인 중소기업 간 협력이 이뤄지는 강력한 협력 모델이 구축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일본의 도발이 우리에겐 큰 위기지만, 한편으론 기술 자립의 기회다. 이제 일본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입 다변화와 기술 국산화에 전력투구하여 ‘탈일본’으로 대등한 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