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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홍 변호사] 증인의 자세와 증인을 대하는 자세
2019년 07월 08일(월) 04:50
옛날 어떤 왕이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만져 보게 한 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다. 코끼리의 코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뱀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창과 같다’고 말했으며, 코끼리의 귀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곡식을 고를 때 사용하는 키와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사람은 ‘나무와 같다’고 했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밧줄과 같다’고 했다. 결론은 각자 자신이 만진 부위에 따라서 코끼리가 어떤 것과 비슷하다는 취지로 답하였다는 것이다.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설화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릴 적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어릴 적에는 본인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정도의 교훈을 주는 우화 정도로만 인식하였는데, 최근 사건의 목격자인 ‘증인’이 화두여서 그런지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이다.

매체에서 사건의 목격자 또는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 한창인 탓인지, 우리 사회에서 증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증인은 법률적으로는 법정에 출석하여 과거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증인은 법정에 출석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경찰, 검찰에 출석하여 목격 진술 등을 하는 사람은 참고인 정도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진술하는 단계, 절차 등과는 관계없이 당해 사건에 관한 목격자 또는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증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증인은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말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 법조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등에서도 일반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사실, 어떠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람은 가장 단순하고 무난한 표현을 사용하여 말하면 족하다. 예를 들어 위 장님과 코끼리의 이야기에서 코끼리의 코를 만진 사람은 길고 둥글다 정도의 표현만 하면 족하지 굳이 무엇과 비슷하다거나 코끼리가 무엇과 같다고 표현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기존에 자신이 아는 지식과 결부하여 말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치 판단과 거리가 먼 진술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신념이나 이념까지 결부되면 더욱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진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야당 대표가 국회에서 속칭 ‘빠루’를 들고 있는 장면을 본 어떠한 사람은 야당이 대정부 강경 투쟁을 하려고 한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야당이 여당,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증인이 객관적인 증언을 잘못하는 것은 비단 증인의 탓만이 아니고 증인을 대하는 사람이나 질문을 하는 사람의 탓도 있다.

증인도 사람인지라 분위기에 따라서, 또는 분위기를 봐가면서 대답을 하거나 대답을 피해갈 수밖에 없다. 위 장님과 코끼리의 이야기에서, 장님이 왕의 명령이 아니었다면 굳이 코끼리를 만지고 설명을 했을까 싶다. 그리고 장님이 제대로 된 코끼리를 설명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장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의 한 부분만을 만지고 답변을 하게 한 왕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위와 같이 증인으로 증언을 하기도, 증인에게 객관적인 증언을 받아내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법정에서는 증인에게 증언 거부권을 고지한다던가 질문자에게 유도 신문을 금지한다던가 하는, 증인이 지켜야 하는 규칙과 증인을 대하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으나 사회에서는 그러한 규칙 또는 사회적인 약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떠한 사건의 증인이 나타났을 때 그 증인의 한마디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반면 증인의 직업이 변변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증인의 증언을 폄훼하기도 한다.

또한 누군가를 유죄로 만드는 증언을 하는 증인에 대해서는 꼭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지원이 여겨지는 것이 당연시되나, 누군가를 무죄로 만드는 증언을 하는 증인은 부정한 청탁이나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만 하기도 한다. 증인에 대한 매체의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특정 사건과 무관하게 증인의 자세와 증인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