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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시대, 문화관광을 키우자 <7> 부산광역시
영화의 도시 부산, 이제 미술의 도시로
매년 두차례 국내 최대 미술시장 ‘아트페어’
시립미술관·현대미술관·이우환공간 등 미술공간 풍성
한국 산토리니 ‘감천마을’·보수동 책방골목 등 핫플레이스
‘BTS 로드’ 관광명소…‘HAEUNDAE’ 조형물서 인증샷도
2019년 06월 24일(월) 04:50
























지난 17일 월요일 오후, 부산 해운대는 평일인데도 수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인 만큼 연중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이날은 유독 외국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일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백사장을 걷는 가 하면 단체 여행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목좋은 곳에 자리한 ‘HAEUNDAE’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다.

비단 해운대 만이 아니었다. 1박2일동안 취재차 둘러본 부산 도심의 주요 명소들은 세계 각국에서 밀려 든 관광객들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방탄소년단(BTS) 효과’다. BTS의 팬미팅(15일)과 콘서트(16일)에 참석한 뒤 BTS 멤버들이 머물렀던 장소를 따라가는 ‘성지순례’와 부산의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던 것이다. 멤버 뷔가 걸었던 부산시민공원 산책길과 멤버 RM이 찾은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이 대표적이다. 14일 RM이 미술관을 다녀간 후 이우환공간은 하루 평균 30명이었던 관람객이 100명 이상으로 늘었고 지난 16일에는 하루에만 198의 관람객이 찾았다.

여기에는 부산시설공단과 부산관광공사의 발빠른 ‘BTS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시설공단은 뷔가 걸었던 시민공원 산책길을 ‘뷔로드’로 홍보했는 가 하면 부산관광공사는 부산 출신 멤버 지민, 정국의 모교를 중심으로 금정구와 북구 일대에 ‘지민 로드’ ‘정국 로드’라는 관광 코스를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법과 함께 소개했다. BTS 콘서트 덕분에 부산은 4만5000여 명의 관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물론 전세계인들에게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영화의 도시로 잘 알려진 부산은 이제 미술의 도시로 변신중이다. 매년 두차례 개최되는 아트페어는 국내외 컬렉터들을 불러 들이는 국내 최대의 미술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갤러리들이 몰려있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과 부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이우환공간, 복합문화공간 F1963, 신세계센텀시티 갤러리 등 색깔있는 미술공간들은 도시의 문화지형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부산감천마을, 휴양과 문화를 접목시킨 기장군 힐튼호텔의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 영화 ‘변호인’ 촬영지인 영도구 흰여울 마을, 보수동 책방골목 등도 여행객들을 사로잡는 핫플레이스들이다. 특히 20~30대층의 개별여행이 관광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들 명소들은 자연과 문화, 힐링의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산현대미술관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관광지다.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이 SNS 빅데이터를 분석해 뽑은 설문조사에서 부산을 빛낸 히트상품 중 1위에 오를 만큼 시민들과 관광객들사이에 인기가 많다. ‘2018 부산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 첫선을 보인 부산현대미술관은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2만9900㎡ 부지, 연면적 1만5312㎡ 규모로 건립됐다. 전시기간 두달 동안 3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들이 찾은 미술관은 SNS을 타고 전국구 문화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벽면녹화의 세계적인 거장인 패트릭 블랑이 175종의 식물을 심어 수직정원으로 조성한 미술관 외벽은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다.

2016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 ‘F1963’도 시민들의 문화사랑방이자 여행객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3년부터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던 이 곳은 부산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 변신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후 상설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후 국제갤러리, YES 24서점, 석촌홀, 식물원과 대나무 숲으로 꾸민 아트라이브러리 등이 들어섰으며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2018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F1963이 불과 3년 만에 부산의 명물로 자리잡은 데에는 지난해 줄리안 오피 특별전과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 ‘YES 24’ 입점이 한몫했다. 건축물과 도시생활의 평범한 오브제를 재해석하는 영국 출신의 팝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는 경쾌하고, 역동적인 부산의 이미지를 작품에 반영해 페인팅, 조형물, 미디어 아트 등 61점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예스24의 중고서점 ‘예스24 F1963점’은 약 1983㎡(6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중고서점으로 문학, 인문, 역사, 경제 등 24개의 분야별 중고도서 약 20만권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갤러리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 탄생한 해운대 갤러리투어는 부산을 상징하는 아트관광의 메인상품이다. 봄, 가을 시즌 한달에 두번(격주 토요일) 진행되는 갤러리 투어는 울산, 창원 등 외지에서도 일부러 찾아 올 정도다. 매회 미술평론가나 작가들이 해설사 겸 가이드를 맡아 각 갤러리의 전시회를 소개하고 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강좌도 함께 운영한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사이에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영원한 여행)는 필수코스다. 해운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기장군 기장읍 해안로에 자리한 대형서점 ‘이터널 저니’는 지난 2017년 7월 국내 고급 리조트 개발회사인 아난티가 ‘마을’을 모티브로 진행한 아난티 코브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위탁운영을 맡은 힐튼부산의 지하 2층에 책을 통해 시공간을 여행하는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이터널 저니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북 토크와 전시회, 공연 등 연중 다양한 문화이벤트와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호텔 안 서점’이라는 컨셉에 맞게 1855㎡(약 500평)의 매장 구성도 다른 서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대구에서 온 40대 주부는 “지난해 케이블TV 프로그램인 ‘알쓸신잡-부산편’에서 이터널 저니를 보고 가족과 함께 일부러 부산을 찾았다”면서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는 서점에 앉아 평소 접하기 힘든 예술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글·사진 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