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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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데
2019년 06월 05일(수) 09:25
 여론은 힘이 세다. 그 안에 민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의를 읽어 내는 도구 중 하나가 여론조사다. 따라서 그 또한 영향력이 크다. 여론조사는 쓰임새도 다양해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대한 정책 결정에도 활용된다. 찬반이 갈렸던 신고리 원전 5·6호기나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숙의형 여론 조사’인 공론화로 결판났다. 선거 때면 후보들의 생사여탈을 좌지우지하는 살생부가 되기도 한다. 평소에도 주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평가 수단이 되어 그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



민선 7기 출범 1년 주민 평가 



민선 7기 출범 1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 한 여론조사 전문 기관이 매월 실시하는 ‘광역 자치단체 평가’가 광주·전남 공직 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직무 수행에 대해 주민들이 얼마나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다. 최근 조사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전국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나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4~3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시도지사 가운데 이용섭 광주 시장이 1위를 기록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만 7000명(시도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이 시장의 지지율은 60.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시장이 1위를 차지한 건 민선 7기 들어 처음이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에는 44.1%의 지지율로 10위에서 출발했다. 이후 8월 9위(47.6%), 9월 5위(55.8%), 12월(52.3%)과 올 1월(51.3%) 4위, 2월(54.8%)과 3월(58.2%)엔 2위를 기록하며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52.4%)과 11월(49.0%) 연속 8위를 차지하며 일시 하락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지율 상승의 비결은 무엇일까. 도대체 그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리얼미터가 민선 7기 이후 실시한 열 번의 여론조사 데이터와 지역 이슈를 연결해 분석하면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시장은 공론화를 통해 무려 16년 동안 계속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논란을 매듭지은 직후인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4위로(직전 8위)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또한 ‘탑3’에 처음 진입한 올 2월 조사 직전에는 국가적 어젠다인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설립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타결시켰다. 정책의 성공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김영록 전남 지사의 기세는 더욱 놀랍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조사에서 이용섭 시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민선 7기 출범 이후 9개월간 줄곧 1위를 지켰다. 지지율도 61.8%(2018년 7월)~57.8%(2019년 4월)로 꾸준히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여기엔 한전공대와 스마트팜 혁신 밸리 유치, ‘어촌 뉴딜 300’ 전국 최다 선정과 더불어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지사는 민선 7기 시작부터 선두를 달려 왔다는 점에서 선전의 요인을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굳이 꼽는다면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서 농정의 틀을 잡고 쌀값 안정 등에 힘쓴 점, 도지사 출마 당시 내건 전남형 기본 소득제 도입 등 공약이 주민들에게 큰 기대를 안겨 준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선 3기째인 광주·전남 교육감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도 후하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지난 4월 조사에서 17명의 시도 교육감 중 2위(49.5%)를 차지했다. 장 교육감은 지난해 11~12월 두 달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10개월간 58.8%~46.7%의 지지를 얻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번갈아 1~2위를 지키고 있다. 학교 자율성 확대와 학생과 교실 중심의 혁신 정책, 탈권위 행보 등이 공감을 이끌어 낸 결과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4월 조사에서 4위(47.1%)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11위(41.4%)로 출발해 11월에는 15위(39.2%)까지 추락했다가 넉 달 만인 지난 3월 3위(46.3%)로 수직 상승했다. 3월부터는 특·광역시 교육감 여덟 명 중 으뜸을 기록하고 있다.



고공 지지율 혁신 동력으로 



“진실은 하나의 여론조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여론조사 사이에 있다”는 말이 있다. 민심의 흐름은 다양한 조사 결과를 비교 검증해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도지사 직무 수행과 관련 한국갤럽은 매년 상·하반기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9~12월 전국 성인 1만 5026명(시도별 3710명~1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시도별 ±1.6~7.2%포인트)에서 김영록 지사는 59%의 지지율로 전국 2위, 이용섭 시장은 52%로 6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점의 두 여론조사 결과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다.

 광역 단체장 지지율은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와도 밀접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전남의 주민 생활 만족도는 올 들어 전국 1~2위를 지키고 있고 광주도 7위에서 4위까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광주·전남의 지지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광주·전남의 지방 행정과 교육 행정을 이끄는 수장들이 지지율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모습은 지역민들에게 반갑고 흐뭇한 일이다. 높은 지지율은 안정적인 행정 운영과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두터운 응원을 보내는 지역민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종합 예술’이라고 할 만큼 복잡다단한 지방 행정을 한두 개의 여론조사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민선 7기 들어 광주시와 전남도는 보은 인사로 인한 잡음이나 정책 혼선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풍부한 행정·의정 경험을 지닌 두 단체장의 시도 상생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다. 혁신도시 발전기금 조성이나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대립은 지역민들을 되레 갈등으로 밀어 넣고 있는 형국이다. 전임 단체장의 시책을 계승해 성과를 낸 것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자신들만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다. 높이 난다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을 의미한다. 광주와 전남은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에 따른 청년층의 이탈 가속, 경기 부진 등 전례 없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민선 7기 남은 3년 동안 광주와 전남의 지방정부 수장들이 부단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넘어서고, 낙후된 지역 발전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그리하여 다음 선거만을 의식하는 정치인(politician)이 아닌 다음 세대와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큰 정치가(statesman)이자 행정가로 비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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