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박진현의 문화카페] 광주산(産) ‘BTS 레가시’<유산>를 만들자
2019년 06월 05일(수) 04:50
2년 전 영국 출장길에 리버풀을 찾은 건 순전히 비틀즈 때문이었다. 한때 그들의 음악에 푹 빠졌던 탓인지 ‘비틀즈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가슴이 설?다. 드디어 리버풀에 도착하던 날,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서둘러 비틀즈의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도심에서 그들과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폴 매카트니가 거주했던 집에서 부터 존 레논의 이름을 딴 공항, 애비 로드 등 비틀즈의 노래에 영감을 준 장소들, 1961년 비틀즈가 처음으로 무대에 선 캐번클럽(The Cavern Club)이 지척에 있었다.

무엇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알버트 독의 ‘비틀즈 스토리 박물관’은 핫플레스였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캐번클럽을 재현해 놓은 세트들이 눈에 띄었다. 비틀즈가 출연했던 뮤직비디오, 오리지널 무대의상, ‘British Invasion’이라는 문구 아래 미국 순회공연 당시 탑승했던 때묻은 비행기 좌석까지 희귀한 자료와 유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비록 비틀즈는 1970년 해체됐지만 여전히 리버풀은 47년 전 그대로인 듯 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그들이 남긴 유산(legacy)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전 세계의 이목이 런던 웸블리의 BTS(방탄소년단)에 쏠렸다.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이곳에 한국가수로는, 아니 비영어권 가수로는 세계 최초로 공연을 한 것이다. 1985년 자선콘서트 ‘라이브 에이드’의 무대로 친숙한 웸블리는 비틀즈·마이클 잭슨·퀸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에게만 허락된 ‘팝의 성지’다. CNN은 ‘BTS 열풍’을 1960년대를 뒤흔든 비틀즈 열풍과 비교하며 ‘어쩌면 비틀즈가 이룬 것보다 더 대단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BTS의 멋진 무대를 유튜브로 관람하다 보니 문득 한달 전 광주에서 ‘직관’했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기념 콘서트가 떠오른다. 수영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열린 이날 광주월드컵 경기장에는 BTS, 트와이스 등 한류스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3만 관객(해외팬 1만명 포함)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BTS 무대였다.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이 5월 항쟁을 암시하는 자신의 작사곡 ‘마 시티’(Ma city)의 한 대목을 부르자 객석의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부 외국팬들은 콘서트에 앞서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며 광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에 고무된 5·18 기념재단은 내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BTS초청공연을 추진중이다.

최근 광주시가 BTS의 제이홉, 유노윤호, 수지 등 한류 스타를 배출한 광주에 ‘케이팝(K-POP) 스타의 거리’(가칭)를 조성하기로 해 화제다. 일각에선 한류의 지속성을 우려해 부정적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스토리텔링과 지속적인 관심이다. 광주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BTS를 지역의 레가시로 키우는 건 우리의 몫이다. 비틀즈가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리버풀의 브랜드로 살아 있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