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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내미는 게 악수는 아니다
2019년 01월 09일(수) 00:00
[옥영석 농협하나로유통 부장]
연말연시엔 으레 사람 만나는 자리가 많아진다. 한 해 동안 소원했던 이들과 술잔이라도 기울여야 마무리 되어가는 느낌, 신세지고도 연락하지 못한 사람들과 저녁 식사며, 새해의 자리 이동, 각종 신년회 등등…. 무슨 일을 하건 어느 지역에 살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을 만나면 악수 먼저 하는 게 인사다. 인사라는 게 서로가 기분 좋으면 다행이련만 악수를 하고나서 언짢아지는 때가 많다. 유독 손에 힘을 주어 꽉 잡아 쥐거나, 손바닥을 슬슬 긁어대는 이들 때문이다. 즐겁고 예의를 갖춰야 할 자리가 불쾌하고 약이 올라 부아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몇 해 전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힘을 과시하려던 트럼프의 악수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손바닥을 보이게 내밀어 상대의 손이 위로 올라오게 해 겸손한 듯 보이지만, 손을 꼭 쥐어 세차게 흔들다가 확 끌어당겨 제압하는 듯 하는 그의 악수는 인사라기보다 도발에 가까웠다.

수많은 기자들이 셔터를 터트리고 있는 자리에서 트럼프와 악수를 마치고 난 아베 총리는 면접을 치른 수험생처럼 안도하는 표정이었던 반면, 트럼프는 두 손 엄지를 치켜들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본인이야 기분 좋았을지 몰라도 일본인들 뿐 아니라, 매너를 소중히 여기는 미국인들도 바른 태도라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수란 본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중세에는 무기를 소지하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대부분 오른손잡이였으므로 왼쪽 허리에 칼을 차고 다녀야 했다. 길을 가다 낯선 이를 만나면 서로를 경계하다가 싸울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면 오른손을 내밀어 손을 맞잡았다는 것이다. 맞잡은 손을 서로 흔드는 것도 소매 춤에 단검이나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렇듯 무장 해제를 뜻하는 악수는 왼손잡이라도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예의이고 본래 남자들끼리만 하던 것이었다. 무장하지 않은 여성들의 악수는 근세에 이르러서야 일반화되었고, 지금도 남성이 먼저 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특히 둘째나 셋째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것은 이성을 유혹할 때나 보내는 메시지이므로 그저 장난으로 알고 시도했다가는 파렴치한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빌 게이츠 MS회장이 수년 전 방한했을 때, 왼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를 해 우리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었다. 그의 얼굴과 표정은 호의와 친근함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악수 예절을 모르고 일어난 해프닝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 사람들은 악수를 하며 상체를 숙일수록 존경의 정도를 나타내며, 중국에서는 연장자순으로 악수를 청하고 손을 가볍게 잡되, 눈을 마주보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 일로 여긴다. 부모와 어른, 연장자에 대한 수직적 예절을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손윗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에서는 눈을 맞추고 힘 있게 손을 잡아 상대에게 정직함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너다

너무 세게 잡아도 기분 나쁘지만 마지못해 하듯 힘을 빼고 손만 내미는 악수도 재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손만 살짝 대면서 소극적으로 내밀기만 하는 악수는 죽은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불쾌감을 준다 하여 데드 피시(Dead Fish)라고 하는데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을 방식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고 어차피 나눠야 될 악수라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보자. 손가락만 잡지 말고 손을 깊이 넣어 마주 잡되, 상대방의 나이와 악력에 맞춰 두세 차례 가볍게 흔들면서, 눈을 마주보고 밝은 표정을 지어준다면 십중팔구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쉽게 할 수 있으면서 가장 빠른 시간에 불쾌감을 안겨주거나 호감을 주기도 하는 악수. 의도하지 않은 비호감이 되고 싶지 않다면 모임 나서기 전 연습이라도 할 일이되, 해외여행이라도 갈라치면 그 나라 악수 예절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겠다. 손만 내미는 게 악수 매너는 아닐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