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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이해와 협치의 동력이 되기를
2018년 11월 21일(수) 00:00
[최영태 전남대교수·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장]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가 끝났다. 결과는 찬성 78.6%, 반대 21.4%로서 찬성이 반대를 크게 앞섰다. 반대 측은 결과에 대한 수용을 선언했다. 16년 동안 끌어온 도시철도 2호선 논쟁이 종식될 것 같다.

공론화에 임하는 찬ㆍ반 양측의 태도는 결연했다. 1년 가까이 풍찬노숙한 반대 측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문제를 선택이 아닌 선악의 문제로 접근했다. 반면에 찬성측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무산될 경우 대혼란이 오고 이용섭 시장은 식물시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런 살벌한 분위기를 간파한 내 주변 사람들은 공론화위원장직이 독배를 든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만 두라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조언이 눈물 나게 고마웠지만 중도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긍정의 마인드’를 갖기로 했다. 공론화를 수용한 이용섭 시장의 선택과 숙의형 공론화를 요구한 시민모임·시민협의 요구 모두 생활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좌초위기가 몇 번 있었다. 광주시에 숙의형 공론화의 수용을 촉구하고, 광주시 공무원의 홍보 및 토론 참여를 배제하는 과정에서 광주시와 긴장관계가 조성되었다. 시민모임은 정보접근과 홍보 분량 및 비용의 불균형 등을 이유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심지어 공론화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아슬아슬한 국면에서 공론화를 살릴 유일한 길은 중립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마지막 단계인 1박2일의 종합토론회는 기대 이상으로 순조로웠다. 토론회에 임한 243명 시민참여단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시민참여단의 95.1%는 공론화 결과가 자기의 생각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대답했다. 민주도시 광주 시민의 성숙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반대운동을 주도한 시민모임측은 투표결과를 보고 울면서도 바로 결과를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일부 강경파 회원들의 보이콧 주장에 시달리면서도 승패를 떠나 생활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전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도 공론화 결과를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시민모임과 시민협 모두 우리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해주었다.

오늘의 소수가 내일 다수가 되기도 하고 오늘 다수가 내일 소수가 되기도 한다. 이제 공은 이용섭 시장과 광주시로 넘어갔다. 광주시는 반대 측이 주장한 내용들, 즉 시민의 부담 최소화와 안전한 지하철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트램, BRT,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사람중심 교통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해주기 바란다. 소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수는 소수의 의견을 경청해야 공론화가 진정한 의미의 통합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의 과감한 협치를 권유한다.

아름다운 꽃밭도 가까이 가서 보면 못 생긴 꽃, 시든 꽃 등이 발견된다. 이번 공론화에서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이 왜 없겠는가. 찬성 측 시민모임이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철도공사의 홍보활동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광주시 공무원의 관여는 처음부터 금지시키는 게 옳았을 것 같다. 예산이 없어서 그랬지만, 홍보 경비를 찬·반 양측에 모두 부담시킨 것은 문제가 있었다.

공론화가 만능일 수는 없다. 헌법 개정의 국회통과 정족수, 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정족수는 3분의 2 이상이다.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이미 시행중인 사업을 공론화에 붙일 때는 단순 다수결이 아닌 가중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환경파괴 염려가 있는 사안 등을 공론화에 붙일 경우에도 가중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을 포함하여 홍보의 주체와 범위, 비용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정해여야 한다. 이번 공론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회, 공론화 매뉴얼 작성, 조례의 제정 등을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