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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미디어아트 도시를 꿈꾸다<12>에필로그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미래
‘걸음마’ 광주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자극하고 인내하고 협업하라
자극하라-첨단기술+실험적 예술의 미디어 접근 쉽지 않을 것
관람객 상상력 자극·호기심 끌어내고 적극 참여 유도
시민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경험 맘껏 즐겨야
인내하라-홀로그램 극장·미디어 놀이터 등 인프라 구축 1년
2018년 10월 31일(수) 00:00
광주가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주시의 장기적인 로드맵 아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육시스템의 확대, 관련 기관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




천정까지 확 뚫린 전시장 곳곳에 사과와 바나나가 놓여 있었다. 처음엔 “이것도 무슨 설치미술인가”했다. 천천히 둘러보니 커피 자판기와 다채로운 차도 구비돼 있다. 모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한쪽에선 탁구를 치는 이들이 보이고, 축구 게임기도 눈에 띈다. 곳곳에 놓인 책상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혼자, 또는 삼삼오오 앉아 저마다의 일에 열중이었다.

전시장은 편안한 응접실 처럼, 자유로운 동아리룸 처럼, 지적 호기심 넘치는 도서관 처럼 보였다. VR, 로봇, 미디어 파사드, 블록체인 등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중인 독일 칼스루헤 ZKM(예술과 미디어 센터) ‘Open Code’전에서 만난 풍경이다. ZKM은 방문객들이 ‘공간’ 자체에 오래 머물며 토론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배치, 전시장을 기획했다. 철저히 ‘관람객 중심형’ 전시 구성이다. 디지털 아트 분야가 ‘보는 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게 필수인 점을 감안한 구성이기도 하다.

‘도시 브랜드’가 된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를 견인하는 오스트리아 린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 프랑스 앙기엥 레 벵의 예술센터와 경기도 백남준 예술센터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시민들과의 끊임없는 접점 찾기였다. 린츠 관계자는 이를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첨단 기술과 실험적 예술 형식이 어우러진 미디어 아트 장르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생소함에 머뭇거리는 이들에게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끌어내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적극적 참여와 관람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각 기관이 심혈을 기울이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아르스 센터는 새로운 전시가 시작될 때면 린츠시 전체 교사를 2~3차례 초청해 교육을 진행한다. 센터의 주방문객인 학생 관객들을 인솔할 그들이 먼저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시를 안내하는 ‘인포 트레이너’ 교육과 운영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앙기엥 레 벵은 ‘78세 이상 여성 노인’, ‘자페증 환자’ 등 세분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도 교육청 등과 연계해 교사들에게 미디어 아트와 관련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그 내용들이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파급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린츠 관계자의 말처럼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하고, 부모가 다시 자신의 부모(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말해 전시를 관람하고 교육에 참여하는 현상이 자연스레 시민전체에 퍼져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도시 브랜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100년 가까운 낡은 탄약 공장을 리노베이션한 ZKM과 1996년 개관 후 2009년 확장 공사를 진행, 건물 외관의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가 트레이드마크가 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 처럼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지정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광주 역시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시는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3월 빛고을시민문화관, 아트스페이스 등에 홀로그램 극장, 미디어 놀이터, 미디어 아카이브, 미디어 338, 디지털 갤러리, 홀로그램 파사드 등 6개 공간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핵심은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AMT(Art Media Technology) 센터 건립이다. 빛고을시민문화관 앞 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이 공간은 290억원의 국비를 확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중이며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로 기획·상설 전시실, 퓨처랩(디지털 스튜디오, 실험공간, 세미나) 등으로 구성된다. 전문가+예술가 협업공간, 예술+산업 융합공간, 세계와 교류하는 허브 공간을 통해 미디어아트 창·제작 환경 조성,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보장 및 문화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간 구성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게 필요하다.

기술·산업과의 연계 부분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개관초 시정부와 주정부에게서 예산 전액을 지원받았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현재 예산의 66%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 센터의 싱크탱크인 ‘퓨처랩’에서 개발한 다양한 기술과 이를 적용한 예술작품들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 현재 일본 통신 기업 NTT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드론 2020개를 띄우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8K극장’ 운영 시스템 도입을 기획하고 있는 일본 NHK방송과 논의도 진행중이다. 앙기엥 레 벵이 최근 중점을 두는 건 ‘에코시스템’ 프로젝트다. 예술창작 활동을 하는 회사, 작가 프로젝트, 디지털 미디어 교육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문화기관이나 미디어 작가들 이외에도 대학의 연구원, 관련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시스템이다.

광주의 경우 지역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 선정과 깊은 연관이 있는 광산업과 문화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광산업 기반 미디어 아트 시너지 효과를 내야하는 건 꼭 이뤄야할 과업 중 하나다.

각 도시의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해주는 건 해마다 열리는 관련 페스티벌이다. 2005년부터 시작돼 매년 6월 열리는 앙기엥 레 벵의 ‘벵 뉘메리크’ 축제는 도심 10~15곳이 축제의 장으로 변신하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만명이 모여드는 최고의 축제다.

지난 2012년 행사를 진행해온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올해 변화를 맞는다. 전시 기간도 늘었고, 미디어 월과 창조원 등 국립아사아문화전당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알고리즘 소사이어티 기계: 신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기술’쪽에 좀 더 방점을 찍는 행사로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관심이 쏠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 광주시립미술관 등 지역 문화기관들의 협업도 더욱 더 긴밀해져야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롯해 탄탄한 창·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전당이 열고 있는 ACT 페스티벌과의 연계나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광주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주 흐름 중 하나인 미디어 어트를 견인하면 후발주자인 광주에게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올해 조직된 ‘유네스코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 광주협의체’ 활성화와 지역 대학과의 결합 등도 진행해할 숙제다.

2013년 창의도시가 된 앙기엥 레 벵은 2001년부터 ‘아트와 미디어 기술의 결합’을 꿈꿨다. 린츠시는 1976년 아르스일렉트로니카 축제를 통해 미디어 아트를 도시 정체성으로 삼았다. ZKM은 내년 개관 30주년을 맞는다. ‘긴 호흡’으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간 이들에 비하면 지난 2014년 행보를 시작한 광주의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는 갈 길이 멀다.

“시민들이 내 공간, 내가 즐기는 전시라는 인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교육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시민들 역시 ‘오픈 마인드’로 많은 걸 흡수하려 해야한다”고 말한 크리스티아내 리델 ZKM 디렉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출발을, 올해 열리는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11월28일~12월7일)로 삼고 다같이 한걸음을 내딛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광주시가 정확한 비전을 갖고 장·단기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필요함은 물론이다.<끝>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