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Ⅳ] <12> 프랑스-조근호
세느강 유람선에 올라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이 돼본다
2018년 10월 31일(수) 00:00
조근호 작 ‘에펠탑’
수 세기 동안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이자 르네상스와 벨에포크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화예술사에 한 획을 그은 백색 대리석의 도시이다. 그 중심가를 관통하는 세느강 푸른 물은 파리의 역사와 함께 언제나 유유히 흐르며 다소 무거워 보이는 도시에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 주변은 아름다운 대리석 건물들과 아치형 석조다리 등이 푸른 강과 조화롭게 어울려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세느강의 풍광은 19세기 인상주의 시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그림의 주된 소재가 됐으며 글 쓰는 이들에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무대가 됐던 곳이기도 해 화가로 살아가는 내겐 파리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조근호 작 ‘노틀 담 성당’
이 곳엔 지상에서 324m나 우뚝 솟은 에펠탑이 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루이 14세가 살았던 루브르궁을 개조해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루브르 미술관, 레오 까락스 감독의 영화 ‘퐁 네프의 연인들’로 유명세를 떨친 퐁 네프 다리,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주인공 김정은이 걸었던 알렉산더 3세교를 비롯해 각각의 사연들을 간직한 크고 작은 다리들, 꼽추 콰지모도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노틀담 성당 등이 있다.

이 곳 세느강에는 이러한 명소들을 보기 위해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적지 않다. 관광 유람선 운항도 늘어 강 위를 오가는 유람선의 모습은 세느강의 아름다운 경치의 일부가 된 지 오래이다.

크고 작은 유람선 위의 사람들은 명소에 깃든 사연과 같이 각자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 중 어떤 이는 영화 ‘퐁 네프의 연인들’에서 주인공 알렉스와 미셸처럼 가난하지만 가장 순수한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에겐 파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젊은 시절에 보았던 2편의 영화가 있다. 지금도 가슴 찡한 감동의 사랑이야기 ‘퐁 네프의 연인들’ 과 ‘노틀담의 꼽추’다.

이 강을 가로지르는 30여 개의 다리 중 지어진 지 400여 년이나 된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 네프 다리는 인상주의 화가 피사로나 르느와르에 의해서도 그림으로 그려졌으며, 이 다리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이 꼭 이루어진다는 구전을 모티브로 하여 레오 까락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까지 맡아 4년에 걸쳐 1억9000만 프랑(한화로 약 250억 원)의 거금을 투자한 대작도 만들어졌다.

퐁 네프 다리에서 불 쇼를 하며 노숙으로 궁핍하게 살아가는 알렉스(드니 라방)는 실명 위기에 처해 애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이 다리에서 노숙하던 화가 미셸(줄리엣 비노슈)과 만나 서로 사랑을 키워가며 연인 관계가 된다. 이 때 알렉스는 시내를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벽에 붙은 미셸을 집에서 찾는 벽보를 본다. 사랑하는 미셸이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떠나 집으로 돌아 가버릴까 봐 보이는 벽보마다 미셸이 보지 못하도록 모두 태워버리고 전단지 차에 불을 지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퐁 네프 다리에서 만난 불우한 두 젊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은 알렉스에게는 간절한 집착을 보일만큼 처절한 사랑이었을까?

조근호 작 ‘퐁 네프 다리’
‘노틀담의 꼽추’는 또 어떠한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틀담’을 영화화 한 ‘노틀담의 꼽추’는 노틀담 성당에서 종지기로 살며 숨어 지내는 못생긴 꼽추 콰지모도(안소니 퀸)가 아름다운 집시 무희 에스멜다(지나 롤로 브리지다)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그녀가 성당의 주교 프롤로의 질투심 때문에 마녀로 몰려 처형당해 죽자 콰지모도는 주교 프롤로를 죽이고 자취를 감추었다. 훗날 그녀의 뼈를 껴안고 있는 등이 구부러진 꼽추의 뼈를 에스멜다의 유골함에서 함께 발견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꼽추 콰지모도와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가 집시 에스메랄다를 두고 벌이는 삼색의 사랑을 애절하고 울림있게 전달한다.

세느강은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사랑과 낭만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유람선 위에는 이를 음미해보려는 듯한 사람들로 붐빈다.

강 빛이 짙어질 무렵 내가 탄 유람선의 엔진 소리가 커지며 하얀 연기를 내품더니 강변에 높이 솟은 에펠탑을 뒤로 하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모두들 주변의 멋진 풍광에 취해 어떤 이는 영화 속 알렉스와 미셸처럼, 또 다른 이는 콰지모도와 에스멜다처럼, 각자 세느강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이 때 강가에 걸린 태양은 붉을 대로 붉어진 노을을 서쪽 하늘에 토해내고 있었다.

조근호 작 ‘세느강’
노을에 물든 주변 명소들의 풍경들이 시야에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유람선은 퐁 네프 다리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배가 서서히 달리는 동안 나도 영화 ‘퐁 네프의 연인들’의 두 주인공처럼 뱃머리에서 마주 불어오는 세느강의 밤바람을 맞아본다. 시원한 강바람이 볼을 스칠 때 영화의 엔딩장면이 잔잔하게 오버랩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근호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회 이상, 광주비엔날레 주제전 (광주비엔날레 주전시실), 진경-그 새로운 제안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등 그룹전, 뉴욕아트엑스포, 아트베이징, 외 아트페어 다수참여

-한국미협 이사, 광주미협 부지회장, 대한민국 미술대전심사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