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미술관’과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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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평소 친분이 있는 화가 A씨로 부터 한통의 안부전화를 받았다.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조만간 점심이나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심스런 목소리로 “혹시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누가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신문사에 있으니 들은 게 있으면 살짝 알려 달라면서. 순간, 오랜만에 연락한 그의 속내를 엿본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신빙성 있는 정보가 없던 터라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그날 오후, 2018 광주비엔날레 프레스오픈과 개막식이 진행된 비엔날레 재단 안팎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전시장 곳곳에 삼삼오오 모인 미술계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술관장 이야기를 꺼냈다. “중견서양화가 B가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더라” “지역미술계의 신망이 두터운 전시기획자 C가 유력하더라” 등등... 최종 후보자(?)의 이름과 프로필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오르내렸다. 국내 최대 미술축제인 비엔날레 개막일이었지만 일부 미술인들의 관심은 시립미술관장에 있는 듯 했다.
새 시립미술관장의 최종발표(7일)를 하루 앞둔 이날 풍경은 시립미술관에 대한 미술인들의 기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광주미술의 미래 보다는 정작 ‘자리’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해 씁쓸함을 남긴다. 창작자 대(對)기획자, 지역 대 타지역 출신의 프레임으로 나눠 어떤 후보가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인지를 따지는 것 같아서다.
최근 올 여름 지역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민선 7기 초대 시립미술관장에 부산출신 전승보(54)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이 선정됐다. 전시기획자이자 타지 출신의 미술관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17대 1이라는 전무후무한(?) 경쟁률을 뚫은 전 관장은 세종대 미대, 런던 골드스미스대학원 미술행정 및 큐레이터쉽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8부산비엔날레·세종문화회관 전시감독 등을 역임했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2013년 아시아문화개발원 상설전시 책임연구자로 활동하는 등 광주와도 인연이 깊다.
사실 전 신임관장의 선정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였다. 공모절차가 진행된 동안 대부분의 후보가 회자됐지만 그의 이름 석자는 거의 언급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요즘엔 일부 작가들로부터 전 관장의 과거 활동과 ‘스타일’을 물어보는 전화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큐레이터 출신의 관장에 기대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지역미술과의 소통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많은 미술인들은 신임 관장이 전문성과 중장기적 비전으로 광주미술의 큰 그림을 그려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득, 오래전 사석에서 ‘한점 미술관’을 운운했던 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광주에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그림이 내걸린 사무실과 식당이 많다는 거에요. 고급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허름한 삼겹살집에도 동양화 한점이 걸려 있더군요. 이런 ‘한점 미술관’들이 예향광주를 빛내는 저력이자 매력 같아요.” 바라건대, 그때의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미술을 들여다 보고 보듬어 주기를.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최근 올 여름 지역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민선 7기 초대 시립미술관장에 부산출신 전승보(54)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이 선정됐다. 전시기획자이자 타지 출신의 미술관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17대 1이라는 전무후무한(?) 경쟁률을 뚫은 전 관장은 세종대 미대, 런던 골드스미스대학원 미술행정 및 큐레이터쉽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8부산비엔날레·세종문화회관 전시감독 등을 역임했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2013년 아시아문화개발원 상설전시 책임연구자로 활동하는 등 광주와도 인연이 깊다.
사실 전 신임관장의 선정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였다. 공모절차가 진행된 동안 대부분의 후보가 회자됐지만 그의 이름 석자는 거의 언급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요즘엔 일부 작가들로부터 전 관장의 과거 활동과 ‘스타일’을 물어보는 전화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큐레이터 출신의 관장에 기대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지역미술과의 소통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많은 미술인들은 신임 관장이 전문성과 중장기적 비전으로 광주미술의 큰 그림을 그려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득, 오래전 사석에서 ‘한점 미술관’을 운운했던 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광주에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그림이 내걸린 사무실과 식당이 많다는 거에요. 고급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허름한 삼겹살집에도 동양화 한점이 걸려 있더군요. 이런 ‘한점 미술관’들이 예향광주를 빛내는 저력이자 매력 같아요.” 바라건대, 그때의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미술을 들여다 보고 보듬어 주기를.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