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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가 청년이사를 ‘모시는’ 까닭은
2018년 07월 25일(수) 00:00
박진현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영국 런던의 템즈강변에 자리한 테이트모던 미술관(이하 테이트모던)은 한해 600여 만명이 찾는 글로벌 명소다. 4년 전 선진문화도시의 예술교육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하던 날, 미술관을 가득 메운 인파에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미술관은 실험실(Lab)이 돼야 한다.” 인터넷과 SNS로 대변되는 21세기 미술관은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발견’하는 상상력의 보고(寶庫)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미술관 수장이었던 니콜라스 세로타(70·현 영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메시지는 국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테이트모던이 또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로타의 후임으로 취임한 마리아 발쇼(47)관장이 “지난달 20대 청년을 미술관이사로 영입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청년 이사 선임은 영국 미술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테이트모던이 청년이사를 ‘모시기로’ 한 이유는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환경을 태어나면서부터 생활처럼 사용하는 세대)의 관심사를 미술관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미술관이 타켓으로 삼은 연령은 16~25세. 현재는 전체 테이트 입장객의 20% 안팎에 불과한 ‘마이너’이지만 10~20년 후에는 미술관의 큰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를 미술관의 주요정책결정에 참여시켜 이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현재 테이트모던의 최연소 이사는 47세의 기업인이다.

테이트모던의 ‘깜짝발표’에 화답하고 나선 이는 매트 행콕(39)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다. 그는 “매년 미술관을 찾는 젊은층이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이사’는 영국 미술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며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도 테이트의 바통을 이어받기를 희망했다. 사실 컴퓨터게임, 유튜브, 스마트폰과 같은 ‘핫한’ 콘텐츠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 미술관은 밋밋하거나 지루한 곳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최근 지역미술계의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광주시립미술관장 선임이다. 지난달 조진호 전 시립미술관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이후 10여 명의 미술계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후보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인사권자인 광주시장의 ‘낙점’을 받기 위해 온갖 ‘채널’을 동원하는 등 물밑작업이 치열하다는 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1992년 개관한 시립미술관은 전국 최초의 공립미술관이지만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의 대표적인 미술인프라이지만 시스템이나 운영, 콘텐츠는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 시립미술관장 선임은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과 함께 민선7기의 문화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21세기형 수장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다.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전통적 프레임에 갇힌 리더는 미술관의 미래가 담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