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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감동’, 이젠 광주다
2018년 02월 28일(수) 00:00
지난 2015년 8월, 2018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의 사령탑으로 위촉된 송승환(62) 총감독은 가장 먼저 몸담고 있던 대학에 휴직계를 냈다. 배우이자 ‘난타’ 제작자로 잘나가던 그가 만사를 제치고 평창 올림픽의 제안을 수락한 건 늘 새로운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후 그는 자신의 도전이 지극히 낭만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개·폐막식에 배정된 예산은 600억 원. 문화올림픽으로 평가받는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의 6000억 원,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의 8000억 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빠듯한’ 규모다. 게다가 행사장이 대도시가 아닌 강원도의 작은 도시이다 보니 운송비·숙박비 등 부대경비가 많이 소요됐다. 오롯이 개·폐회식의 콘텐츠에 투입된 예산은 200억 원 안팎. 그는 개막식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뮤지컬을 두 편 정도 제작할 수 있는 액수여서 메가 이벤트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4년 전에 열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의 개·폐막식은 부러움 그 자체였어요.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칸딘스키 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유명 예술가 작품만 내놔도 행사장이 꽉 차더군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게 없다 보니 광활한 무대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송 총감독의 말처럼 ‘러시아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린 소치 올림픽 개막식은 전쟁과 평화, 백조의 호수, 봄의 제전 등 문화콘텐츠로 채운 고품격 예술의 총체극이었다. ‘경이로운 영국’을 주제로 펼쳐진 2012 런던 올림픽 역시 윌리엄 셰익스피어로 시작해 비틀스의 ‘헤이 주드’(Hey Jude)로 마무리되는 3시간짜리 대서사극이었다.

저예산 고효율을 꿈꾼 송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차별화’였다. 인문학자들과 수차례 자문회의를 통해 우리 문화의 요체로 조화(전통문화), 융합(현대문화)이란 키워드를 뽑아냈다. 지난 2년 반 동안 무려 ‘콘티’를 100번쯤 고쳤다고 하니 저간의 고민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행동하는 평화’를 주제로 열린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인면조, 드론 오륜기 등 전통과 현대, 미래의 잠재력을 결합한 문화적 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고, ‘미래의 물결’을 내건 폐막식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혁신적인 미디어아트, 현대무용 등을 활용한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 세계에 ‘강원도의 힘’을 과시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처럼 메가 스포츠 행사는 개최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물론 그 나라의 문화적 상상력과 역량을 한눈에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앞으로 500여 일 후면 광주에서도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수영대회가 개최된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메이드인 광주’의 감동을 보여주기 위해선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평창 살림’보다 더 팍팍할 게 뻔한 만큼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12∼28일)의 카운트 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