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폴리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자] <2> 폴리와 광주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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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자] <2> 폴리와 광주읍성
“광주읍성 역사에 폴리 접목은 역사도시 복원 과정”
2018년 01월 11일(목) 00:00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지 내에 일부가 복원되어 있는 광주읍성의 성돌. 〈광주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1년 9월 1일, 광주 도심을 지나던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 나왔고 어떤 곳에는 잠시 앉아서 쉬어가고 싶은 벤치가 놓여 있었다. 예전에는 없었던 정체 불명의 조형물들이었다. 시민들을 놀라게 한 주인공은 광주폴리(당시 어번폴리)였다. 일부 작품은 칙칙하고 삭막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반대로 어떤 작품들은 가뜩이나 답답한 공간을 더욱 숨막히게 했다.

광주 동구 장동로터리의 교통섬을 매력적인 도심 속 공원으로 탈바꿈 시킨 ‘소통의 원두막’(후안 헤레로스 작)이 전자라면 충장로 파출소 앞의 ‘99칸’(피터 아이젠만 작)은 주변과 소통에 실패한 후자의 경우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특별프로젝트 일환으로 탄생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이처럼 확연히 달랐다.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미국)의 명성을 무색하게 만든 데에는 장소성, 즉 공간에 대한 배려 부족이 가장 컸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이후 광주폴리에 대한 지역 사회의 평가는 찬반으로 크게 갈렸다. 특히 일부 조형물은 옛 광주읍성에 대한 시민들의 충분한 이해를 얻지 못한 채 스타 건축가들의 외형적인 성과만 부각시킨 나머지 ‘작품’이 아닌 ‘애물’이 됐다.

그 결과 1차 광주폴리 11개 가운데 장동 로타리의 ‘소통의 원두막’, 구시청 사거리의 ‘열린 공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낙서장으로 전락하는 등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유명건축가들의 ‘분신’임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좁은 인도에 설치되면서 보행권을 위협하는 시설물로 취급받은 것이다.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악화되자 지역문화교류 호남재단은 ‘광주폴리 이대로 좋은가’ 시민포럼을 개최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장소 선정에 대한 공감대 확산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과제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1차 광주폴리가 광주읍성터에 들어선 배경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승효상 감독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광주폴리는 ‘도가도비상도-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전시주제아래 디자인과 장소의 관계를 설명하는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였다.

승효상 감독은 광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수도 광주의 민낯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광주는 비엔날레와 같은 다양한 미술이벤트를 통해 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디자인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후 직접 둘러 본 느낌은 문화도시와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급조한 듯한 신도심의 풍경과 낙후된 구도심은 어쩡쩡하게 결합돼 아름다운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이지만 광주를 나타낼 만한 상징적인 구조를 알기 힘들었죠. 광주를 대표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 광주읍성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그런데 웬걸, 광주시민 상당수가 광주읍성에 대한 기억이 없더군요. 순간 역사를 ‘현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큐레이터들과 구체적으로 논의를 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광주폴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승 감독의 말대로 광주읍성은 광주가 역사도시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유서깊은 곳이다. 1900년대 초 일제에 의해 도시 확장을 이유로 붕괴되고 말았지만 옛 읍성에는 도심 내 중요한 도로가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몇몇 옛길들은 지금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승 감독은 “광주읍성의 흔적을 밝혀낸다는 것은 역사도시 광주의 복원”이라면서 “원도심과 신도시의 경계를 확인하는 일은 도시발전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획아래 1차 폴리는 2.5㎞에 달하는 읍성길을 따라 읍성을 출입하는 문이 있던 자리와 모서리 부분 10군데에 들어서게 됐다. 일부 장소는 작은 공원(알렉한드로 자에라 폴로 작 ‘유동성 조절’), 어떤 곳은 작은 공연장 혹은 전시장(승효상 작 ‘푸른길 문화샘터’)으로, 또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출입구(플로리안 베이겔 작 ‘서원문 제등’)를 겸하는 기능을 설정해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에게 작품 설계를 의뢰했다. 하지만 약 1km 반경안에 거장들의 작품 11개가 들어서다 보니 일부는 장소성과 여백의 미를 살리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1차 폴리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광주읍성에 대한 이해와 기획 취지를 알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일선 학교와 연계해 다양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이와관련 지난 2015년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은 광주읍성 가이드북 ‘광주읍성 이야기’ (http://gjeupseong.org)등을 발간하는 등 시민단체들도 1차 광주폴리와 광주읍성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민석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최한 시민공청회에서 “광주폴리는 도시재생의 시작점인 만큼 단순한 구조물로서가 아니라 장소의 정확한 도시컨텍스트를 읽어야 한다”며 “상징적·개념적인 설치가 아닌 해당지역의 다양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1차 폴리의 배경인 광주읍성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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