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탄생 100주년 <9> 문화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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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탄생 100주년 <9> 문화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가을하늘과 문학과 예술과 윤동주
2017년 08월 29일(화) 00:00
▲지난 5월 연세대에서 열렸던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시인 정지용은 1948년 1월 윤동주(1917∼1945)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무명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지용은 윤동주의 시 정신을 ‘천명’이라고 표현했다. 즉 ‘천명’은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새벽을 노래하고자 했던 윤동주의 고결한 시 정신’이라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올해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다. 탄생 100돌을 맞아 모든 작품을 수록한 전집 ‘윤동주 전집’(문학사상)이 새롭게 출간되는 등 윤동주를 기리는 책들이 다수 발간됐다. 또한 문학 뿐 아니라 축제, 음악회, 창작가무극 등 장르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생애와 문학에 대한 조명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권영민 서울대 국어국문과 명예교수가 엮은 ‘윤동주 전집’(문학사상)이다. 윤동주가 발표한 시 97편과 산문 4편이 수록돼 있으며 정지용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들’, 문익환 ‘내가 아는 시인 윤동주 형’, 이승훈 ‘윤동주의 시 이렇게 읽는다’ 등 해설이 수록돼 있다. 또한 ‘문학사상’ 자료 연구실에서 엮은 ‘일제 암흑기의 찬란한 빛’도 담겨 있어 자료적 가치로서의 의미도 높다.

책에는 또한 윤동주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구한 논문들도 수록돼 있다. 김남조·김용직·김윤식·오세영·이어령 등 국내 저명한 시인과 학자들의 논문은 윤동주의 문학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해 불었던 초판본 열풍은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와다리 출판사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이어 발간한 윤동주 시집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55년 시인의 타계 10주기를 기념해 발간했던 시집이 복간돼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윤동주 삶의 숭고함과 치열한 성찰이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단순한 ‘복고 열풍’을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유광남이 펴낸 소설 ‘동주와 몽규’는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을 작가의 상상력을 빌려 그려낸 작품이다. 저자는 “윤동주란 이름은 나에게 슬픔을 안겨 주기도 했고, 희망을 주기도 했다. 슬픔은 천재 시인의 요절이었고, 희망은 그가 남긴 시에 기인했다”며 “윤동주의 영원한 친구이며 동반자인 송몽규 역시 윤동주와 같은 방법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일본은 윤동주의 사인(死因)에 대해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두현이 엮은 ‘동주 필사’는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완결본 필사 시집이다. 책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담긴 시를 포함해 육필로 남긴 120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책에는 육필원고를 기본으로, 윤동주 자신이 추려 낸 한 묶음의 자선 시집 원고, 두 권의 원고 노트, 낱장으로 보관돼 온 원고 가운데 수정하거나 제목을 바꾼 작품 등이 담겨 있다.

윤동주의 작품 전체를 한 권에 담은 ‘윤동주 전 시집’도 발간됐다. 윤동주 100년 포럼이 엮은 책은 소실되지 않은 윤동주의 시와 수필 전체뿐만 아니라, 윤동주를 위해 쓰여진 서문과 후기와 발문 등도 모두 취합했다.

‘윤동주 Diary’는 윤동주 탄생 100년을 기념하여 서울시인협회와 윤동주100년포럼 기획으로 윤동주의 시 및 그가 애독한 시들 위주로 선정한 다이어리다. 윤동주의 시, 수필 및 그의 발자취를 따라 남긴 지인들의 말을 상단에 짧게 정리하여 날마다 읽도록 편집돼 있다. 또 윤동주가 가장 사랑하고 이를 통해 시상을 떠올렸던 발레리, 보들레르, 프랑시스 잠, 장 콕도, 릴케,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의 주옥같은 시 100편이 실려 있다.

문학 외에 가무극 공연과 축제 등도 잇따라 펼쳐졌다. 지난해 제작돼 화제가 됐던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도 지난 봄 무대에 다시 올랐다. 연희전문대 재학 시절부터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주인공 윤동주 역은 배우 온주완과 박영수가 맡아 예술의 전당에서 인기리에 공연됐다.

광양시가 지난 11∼12일 광양항 해양공원 일원에서 ‘8월의 별 헤는 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열린 이번 행사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과 윤동주 유고시집 발견 72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별 헤는 밤 페스티벌은 ‘한여름밤의 꿈!’을 주제로 ‘윤동주 추모 100인 시 낭송 퍼포먼스’, 인디밴드 축하공연을 매개로 시인의 삶을 기렸다.

또한 광양시는 올해 윤동주 유고시집이 발견된 정병욱 가옥(진월면 망덕포구 소재)을 일부 정비하고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시는 지난 5월 유고시집 복사본을 정병욱 가옥에 전시하는 행사를 가졌다.

윤동주 시인의 모교 연세대(연희전문대)도 올해 의미있는 행사를 기획했다. 추모식(2월)과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5월)를 개최했으며 또한 ‘윤동주와 나’라는 주제로 강연시리즈가 진행됐다. 하반기에는 탄생100주년 기념식(12월 7일), 국제학술대회(12월 8-9일) 등 의미있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서울 청운동에 소재한 윤동주문학관에서도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문학제가 열린다. 작년에 열린 추모콘서트, 시화전에 이어 올해도 9월에 윤동주의 문학사상과 민족사상 정신을 기리는 윤동주 문학제를 개최한다.

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 시인의 언덕에서 펼쳐지는 이번 문학제는 제3회 윤동주 창작음악제 및 역대 수상팀 축하 공연을 비롯, 제4회 청소년 윤동주시화공모전 등이 예정돼 있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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