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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진정 난 몰랐었네’
2016년 11월 23일(수) 00:00
지난 2006년 9월 ‘박진현의 문화카페’(문화카페)를 오픈했으니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문화계의 이슈와 트렌드를 다룬 저널리스트의 고정칼럼은 당시 지역에선 처음이었다. 첫 출고를 앞두고 부담감으로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주일보가 귀한 지면에 ‘문화카페’를 게재하기로 한 건 봇물처럼 쏟아진 문화담론 때문이었다. 지난 2005년 국립아시아 문화전당(문화전당) 착공을 계기로 지역사회에는 수많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관련 이슈와 포럼, 이벤트 등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과도한 문화의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교통정리’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문화전당이 개관하기까지 광주는 크고 작은 이슈들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지하로 설계된 문화전당 구조는 화려한 랜드마크를 꿈꿨던 지역민들을 허탈감에 빠뜨렸는가 하면 5·18 항쟁의 흔적이 깃든 옛 전남도청의 별관철거 논란은 지역사회를 갈라놓았다.

1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별관철거가 가닥을 잡는가 싶더니 이번엔 문화전당 콘텐츠가 속을 썩였다. 지역의 정서와 거리가 있는 실험적이고 난해한 내용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MB정권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전당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융성’을 내건 박 정부의 국정기조와 달리 창·제작 기능을 갖춘 문화전당의 예산과 인력은 대폭 축소됐다. 반면 2014년부터 추진한 정체불명의 ‘문화창조융합벨트’에는 수천억 원의 예산이 집중투입됐다. 당시 일각에선 문화전당과 유사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기자는 이런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었다. 문체부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상식 있는 정부라면 무리하게 동일한 성격의 문화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그땐 그렇게 믿었다. 대신 지난 2014년 1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꽂혀’ 문화의 생활화와 관련된 글을 수차례 문화카페에 실었다. 대통령과 측근들이 ‘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 한 편을 보며 문화융성을 운운했던 날에도.

최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문화분야가 비리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가장 정치색이 없을 것이라는 세간의 믿음을 깨고 최순실-차인택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김 종 전 문체부 차관으로 이어지는 비선은 문화를 탐욕의 놀이터로 전락시켰다. 정부의 문화전당 홀대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는 듯하다. 실제로 문체부는 문화전당의 문화창조원 기능을 문화창조융합센터로 변경해 오는 2019년까지 6112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반면 내년 아시아문화전당 예산은 680억 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문화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문화전당이 오는 25일 개관 1주년을 맞는다. 다행스럽게도(?) 일명 ‘최순실 예산’으로 불리는 내년도 문체부 예산이 거의 삭감됐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문화전당에 관심과 예산지원을 통해 ‘문화발전소’로서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것이 문화전당, 아니 광주에 속죄하는 길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