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3> 영산강과 바다의 생이별] 하구둑에 가로막힌 ‘어부의 꿈’ 갯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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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3> 영산강과 바다의 생이별] 하구둑에 가로막힌 ‘어부의 꿈’ 갯벌과 함께 사라지다
목포 바닷물, 영산포 지나 송정리까지 거침없이 흘러
깨끗한 물에 농어·숭어·복어 … 강변 갯벌엔 짱둥어 가득
하구둑 생기고 간척지 사업 … 농·어민 삶은 더 궁핍해져
2016년 09월 26일(월) 00:00
24일 나주시 영산강에서 이대형씨가 “하구둑이 생기기 전에는 저 갈대밭도 갯벌이었고 온갖 바닷고기가 넘쳐나 모든 게 풍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형(76)씨는 영산강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어부다.

어부 경력과 순수성으로 치면 “대학 교수는 물론 다른 어부도 영산강에 대해 서만큼은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10대 시절부터 70대에 이르는 현재까지 그는 오로지 강에 터잡아 삶을 꾸려왔다.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기 전엔 해수면 어업권자에서 이후엔 내수면 어업권자로 바뀌었을 뿐 농사는 짓지 않고 강에서 잡은 고기로 두 아들을 키워냈다.

나주시 동강면 옥정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50년대 후반부터 마을 어른들을 따라 고기를 잡았다.

집과는 불과 20m도 떨어지지 않은 영산강에선 숭어, 장어, 민어, 복어, 황실이, 농어, 웅어가 마르지 않고 나왔다.

강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700∼800m 폭에 오전에 그물을 놓아 해질 무렵 거두면 5t트럭에 가득 채울 만큼 고기가 쏟아졌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고기가 어찌나 많이 잡히던지 인부 1∼2명을 데리고 조그만 통통배에 올라 그물을 거두면, 금세 배 안 가득 고기가 차서 트럭에 옮겨 싣기를 3∼4차례나 한 뒤에야 그물을 모조리 거둘 수 있었다고 회상하는 그의 얼굴은 미소가 피어 올랐다.

붕어와 잉어도 더러 잡혔고 강 옆 갯벌에서는 짱뚱어, 게, 갯지렁이도 잡았다. 그중에서도 숭어와 복어, 짱뚱어는 씨알이나 맛 모두 일품이었다.

만조 때면 목포 앞바다에서부터 밀려드는 바닷물은 영산강 중류인 나주 동강 앞을 지난 영산포까지는 무난히 올라갔다. 바다 수위가 높아지는 사리 때면 송정리까지도 바닷물은 거침없이 올라챘다. 민물과 바닷물이 수시로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어장이 형성됐고 바닷물이 지나간 자리는 갯벌이 끝도 없이 형성됐다. 지금의 나주 동강 농협이 내놓는 ‘동강 간척지 쌀’도 이곳 갯벌을 농지로 바꿔 생산해낸 쌀이다.

영산강은 지난 1981년을 기점으로 바닷고기를 주지 않았다.

영산강 하구(목포·영암)에 제방을 쌓은 뒤부터 바닷물의 왕래가 끊겨 더는 바닷고기가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주변 갯벌은 농토와 갈대 숲으로 변했다.

이씨는 “대학 교수들, 학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함께 고깃배를 타고 강을 답사한 뒤면 어김없이 토목공사가 시작됐다”면서 “영산강 하구둑을 건설해 농지가 늘고 쌀 생산량도 덩달아 늘었지만 내 주변 농부들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구둑이 바다와 강을 단절시켰지만 그나마 잉어, 붕어, 장어 등 민물고기가 남아 있어 생계를 꾸려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4대 강을 한다며 강을 파헤치고 영산강에 승촌보와 죽산보를 건설한 이후부터는 아예 고기가 씨가 말라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산강 두 구간에 보가 건설되면서 강물의 흐름을 막아 수질이 악화하면서 물고기조차 제대로 살 수 없는 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고인 물이 썩지 않고 맑기를 바라는 게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어부인 나도 아는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강을 파헤치구 흐르지 못하게 둑을 쌓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어부인 내가 잘 살고 내 고향 전남이 잘 살려면 영산강을 바다와 만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이 바다로 흘러 깨끗해지면 물고기가 넘쳐나고,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들고 식당, 숙박업소, 찻집, 유원지가 강변을 따라 쭉 늘어서 전남이 훨씬 살기 좋아질 거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지구환경과학부·퇴적학 전공)도 10여년 전부터 영산강 어부 이씨의 주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전 교수는 “간척지 조성·농업용수 확보 등을 위해 영산강 하구에 쌓은 둑(길이 4351m) 하나가 그 길이와 이로움의 크기를 상상할 수조차 없는 리아스식 해안(바닷물이 유입되는 영산강 해안과 갯벌로 목포∼나주 영산포)을 없애버렸다”면서 “1차적으로 하구둑 수문을 열어 강과 바다가 조금이라도 만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영산강하구둑을 허무는 것을 전남을 위한 미래 전략으로 삼고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 글·사진=김형호기자 khh@

/나주=손영철기자 ycs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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