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노경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빛가람 에너지밸리와 산업단지
2015년 10월 12일(월) 00:00
세계적인 에너지 허브를 지향하는 빛가람 에너지밸리는 한국전력이 지난해 말 본사의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 산업·학계·연구원과 연계해 에너지 신산업과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 인재 양성의 중심지로 만드는 사업이다. 에너지 관련 박람회 개최 등을 통한 기업 유치, 연구개발 지원, 에너지밸리센터 건설, 지역 대학생을 위한 맞춤형 전력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 등이 속속 추진되면서 에너지밸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한전이 이 사업에 쏟는 열정과 추진력을 보면 새삼 놀랍고 대단하게 여겨진다.

기업 유치는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이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당초 계획에는 산업클러스터 부지에 기업을 유치하여 연구 및 생산 기능을 담당하도록 구상되어 있었다. 그러나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 클러스터 용지에 지식산업센터(도시형공장)를 허용하면서 건축 연면적의 30% 한도 내에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이 클러스터 용지를 분양받은 회사가 생산제조업종이 아니라 기획부동산에 가깝다는 것이다. 원래 의도했던 공공기관 관련 업체나 연구소 등이 입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면서 에너지밸리 사업에서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주시는 왕곡에 혁신산업단지를 분양하고 있다. 광주시도 대촌지역에는 전기연구원 분원과 LS산전공장의 입주를 전제로 0.5㎢(17만평)의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최근 마련한 광주 지역 에너지밸리 조성 사업의 ‘로드맵’에서는 빛가람혁시도시에 가까운 남구 대촌 지역에 1.5㎢(45만 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밸리 사업은 단순히 공장들만 집적되어 있는 산업단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산학연이 개방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만들어 내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모델이다. 대학 및 연구소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해 연구소기업으로 창업하고, 더 나아가 강소기업이 되어가는 과정에 산학 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대부분의 혁신 클러스터들은 산학연이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가까이에 건설되어 있다. 신규 산업단지는 빛가람도시와 근접해서 배치되어야 한다. 연관 기업들이 에너지밸리센터 근처에 입지해서 다양한 연구 및 기술 등의 지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주 첨단단지에 테크노파크가 입지해 있고 인접하여 다양한 연구소·기업 등이 들어서 시너지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보더라도 명확하다.

지자체 간에 서로 경쟁적으로 신규 산업단지를 구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은 최근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 테스트베드 제공, 연구기금 지원, 인력 양성 등과 산업단지 조성은 성격이 다른 사업이다. 결국 산업단지 조성은 지자체가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또한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책사업에 반영되어서 국가산업단지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광주시와 전남 그리고 나주시가 앞다투어 각각의 신규 산업단지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에너지 신산업이 기회로 다가왔는데, 눈앞의 이익만을 챙기려다가는 정작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광주·전남이 공동혁신도시를 지금과 같이 추진해 왔듯이, 또 상생 협력 방안으로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을 통합했듯이, 에너지밸리 사업 중 핵심인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추진 기구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행정 측면에선 에너지밸리 구축 사업의 한 축인 신규 산업단지 건설을 담당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단일 지자체의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서 광역적 관점인 대도시생활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빠른 시일 내 글로벌 에너지신산업의 허브로서 광주·전남의 근거 논리를 개발해 다가오는 총선·대선에서 우리 지역의 대형 국책 프로젝트로 탄생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