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행촌미술관
대웅보전에 다다르자 둥근 LED 조명을 머리에 등진 본존불이 눈에 들어온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기라·임선희씨의 작품 ‘광배’(光背)다. 환한 ‘조명발’을 받아서 인지 부처님의 얼굴이 유난히 자비로워 보인다. 말 그대로 부처님의 후광(後光)이다. 법당에 들어선 불자들은 LED 조명테를 두른 부처님의 ‘낯선‘ 모습에 잠시 놀란 듯 했지만 이내 두 손을 모으고 불공을 드린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함께 찾은 강진 백련사는 예전에 보았던 그 산사가 아니었다. 명부전, 대웅전, 육화당, 만경루 등 경내 곳곳에는 화려한 색감과 조형미가 인상적인 풍경화, 정물화, 조각, 설치 작품들이 어우러져 미술관을 방불케 했다.
백련사를 빠져 나와 도착한 해남 대흥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풍류남도 만화방창(萬畵芳暢)’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사찰 입구의 성보 박물관에는 대륜산, 달마산, 미황사, 백련사, 천불, 감로탱 등을 소재로 작업한 작가 20여 명의 작품이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었다. 특히 국보인 대흥사의 천불상을 모티브로 한 김은숙 작가의 디지털 프린트 ‘천불 +1’, 대웅전의 감로탱에서 영감을 받아 평범한 해남 윤씨 부부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하성흡의 채색화 ‘감로탱’, 박물관 주변에 설치된 조각가 전영일의 종이탑 앞에는 방문객들이 모여들었다.
최근 남도의 대표적인 사찰인 강진 백련사, 해남 대흥사, 미황사를 들른 방문객들은 마음과 눈이 즐거워지는 때 아닌 ‘호사’를 누린다. 행촌문화재단(이사장 김동국)이 남도의 사찰들을 주무대로 기획한 ‘풍류남도 만화방창’(7월30일∼9월30일) 덕분이다. 참여작가들이 전시에 앞서 직접 강진·해남의 지형과 사찰을 둘러보고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 탐구한 때문인지 작품마다 남도의 자연과 문화유산들이 살아 숨쉰다. 전통미술의 보고인 남도사찰들을 현대미술가들의 창작거점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대중에게는 화이트 큐브(전시장)가 아닌 친근한 현장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실제로 행촌문화재단은 이들 사찰뿐만 아니라 행촌미술관(대표 이승미)이 들어서 있는 해남종합병원, 병원 구내식당, 임하도, 일지암,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등 8곳에 400여 점의 미술품을 설치했다. 무엇보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적은 농촌 주민들의 일상으로 직접 ‘찾아가’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자는 의미에서 였다.
아니나 다를까. 적막감이 감돌았던 사찰 경내엔 예술적 기운을 만끽하는 불자들로 북적거렸고 삭막한 병원에는 복도와 식당에 전시된 정물화와 풍경화를 보며 위로를 받는 환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 ’전시장=화이트 큐브’라는 틀을 과감히 깬 행촌문화재단의 ’파격’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관람객이 오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는 미술관이나 공연단체들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관람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 예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백련사를 빠져 나와 도착한 해남 대흥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풍류남도 만화방창(萬畵芳暢)’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사찰 입구의 성보 박물관에는 대륜산, 달마산, 미황사, 백련사, 천불, 감로탱 등을 소재로 작업한 작가 20여 명의 작품이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었다. 특히 국보인 대흥사의 천불상을 모티브로 한 김은숙 작가의 디지털 프린트 ‘천불 +1’, 대웅전의 감로탱에서 영감을 받아 평범한 해남 윤씨 부부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하성흡의 채색화 ‘감로탱’, 박물관 주변에 설치된 조각가 전영일의 종이탑 앞에는 방문객들이 모여들었다.
실제로 행촌문화재단은 이들 사찰뿐만 아니라 행촌미술관(대표 이승미)이 들어서 있는 해남종합병원, 병원 구내식당, 임하도, 일지암,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등 8곳에 400여 점의 미술품을 설치했다. 무엇보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적은 농촌 주민들의 일상으로 직접 ‘찾아가’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자는 의미에서 였다.
아니나 다를까. 적막감이 감돌았던 사찰 경내엔 예술적 기운을 만끽하는 불자들로 북적거렸고 삭막한 병원에는 복도와 식당에 전시된 정물화와 풍경화를 보며 위로를 받는 환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 ’전시장=화이트 큐브’라는 틀을 과감히 깬 행촌문화재단의 ’파격’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관람객이 오지 않는다며 불평을 하는 미술관이나 공연단체들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관람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 예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