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angel1004@gmail.com
김 하 림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조선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국정원의 해킹 의혹 사건은 핵심 담당자의 자살로 인해 미궁으로 점차 빠져드는 듯하다. 여야의 창과 방패의 논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 실체적 사실과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시간이 흐르면 잊힐지, 사실이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일이나, 이 사건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유출된 이메일에서 해킹 팀과 업무 연락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아이디가 ‘데블 에인절’(devilangel1004@gmail.com)이라는 점이다. ‘gmail’은 구글이 제공하는 무료 전자메일로 보안성이 강하고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점은 메일 계정을 개설할 때부터 조심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이 정도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커다란 의미는 없다.
그러나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악마 천사 천사’인 ‘devilangel1004’라는 아이디는 특이한 작명이다. 요즘은 이메일을 널리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디에 자신의 특징을 드러내고 기억에 도움이 되도록 작명하는 추세이다. 일반인들이 전자메일을 개설할 경우 기본적 방식은 자기 성명의 영문자 이니셜과 생년월일을 숫자화하여 만들거나 핸드폰 번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한글 이름을 영문 자판으로 입력하고 숫자를 덧붙이기도 한다. ‘김’은 ‘rla’가 되는 식이다.
아니면 좋아하는 영어 단어와 숫자를 결합하는 방식도 많다. ‘devilangel1004’도 영어 단어와 숫자를 결합한 방식이며, ‘1004’는 ‘천사’로 읽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에서 이 아이디는 개인 계정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이 아이디를 만든 개인이나 집단이 ‘악마와 천사’라는 극히 대립적인 단어를 사용한 점은, ‘말은 그 내면의 사고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는 고전적인 ‘언어-사유’ 이론에 비추어 본다면, 아이디 작명 당시 자신들의 일이 지닌 양면성을 인식했거나 고민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devil-angel’은 우리의 전통적 사유 체계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기독교적 사유 체계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인류를 유혹해서 타락에 빠지게 하는 나쁜 영혼의 최고 존재인 악마(demon, devil, satan)와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천사의 대립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자주 나타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존재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왜 ‘악마’를 먼저 내세웠을까? 해킹은 ‘악마’적 행위라고 의식했던 것일까? 왜 ‘악마-천사-천사’로 했을까? 악마적 행위를 천사가 결국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정보사회의 강점은 소수에 독점되었던 정보를 다수가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보는 단순히 정보로 끝나지 않고 자본·권력·권위·지식으로 전화하기 때문이다. 날씨 정보 제공이 커다란 사업으로 변모한 것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정보사회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개인의 정보를 빼내 가려는 일들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기 위한 해킹도 있지만, 대부분은 타인의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국가와 국방의 비밀, 정치지도자의 생각과 행위, 상대 기업의 장점 등을 사전에 알게 되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이익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해킹과 해킹에 대한 방어시스템의 구축이 중대한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탈리아 회사가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은 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정보를 빼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시킬 수도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내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내가 만든 내용을 바꾸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기술력이다. ‘악마’가 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천사’도 최소 둘이 필요하다는 무의식이 아이디 작명 당시에 작동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유출된 이메일에서 해킹 팀과 업무 연락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아이디가 ‘데블 에인절’(devilangel1004@gmail.com)이라는 점이다. ‘gmail’은 구글이 제공하는 무료 전자메일로 보안성이 강하고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점은 메일 계정을 개설할 때부터 조심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이 정도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커다란 의미는 없다.
어찌 되었든, 이 아이디를 만든 개인이나 집단이 ‘악마와 천사’라는 극히 대립적인 단어를 사용한 점은, ‘말은 그 내면의 사고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는 고전적인 ‘언어-사유’ 이론에 비추어 본다면, 아이디 작명 당시 자신들의 일이 지닌 양면성을 인식했거나 고민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devil-angel’은 우리의 전통적 사유 체계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기독교적 사유 체계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인류를 유혹해서 타락에 빠지게 하는 나쁜 영혼의 최고 존재인 악마(demon, devil, satan)와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천사의 대립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자주 나타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존재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왜 ‘악마’를 먼저 내세웠을까? 해킹은 ‘악마’적 행위라고 의식했던 것일까? 왜 ‘악마-천사-천사’로 했을까? 악마적 행위를 천사가 결국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정보사회의 강점은 소수에 독점되었던 정보를 다수가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보는 단순히 정보로 끝나지 않고 자본·권력·권위·지식으로 전화하기 때문이다. 날씨 정보 제공이 커다란 사업으로 변모한 것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정보사회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개인의 정보를 빼내 가려는 일들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기 위한 해킹도 있지만, 대부분은 타인의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국가와 국방의 비밀, 정치지도자의 생각과 행위, 상대 기업의 장점 등을 사전에 알게 되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이익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해킹과 해킹에 대한 방어시스템의 구축이 중대한 문제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탈리아 회사가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은 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정보를 빼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시킬 수도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내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내가 만든 내용을 바꾸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서운 기술력이다. ‘악마’가 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천사’도 최소 둘이 필요하다는 무의식이 아이디 작명 당시에 작동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