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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과 간송미술관
2015년 07월 15일(수) 00:00
요즘 부산 시립미술관은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관람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4월 미술관 앞마당에 문을 연 ‘이우환 공간’때문이다. 개관 이후 평일은 150여 명, 주말은 300여 명이 다녀가는 등 평소보다 2∼3배나 방문객이 늘어난 것이다. 2014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낸 제시카 모건(뉴욕 디아비컨 미술관장)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부산시가 47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우환 공간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시립미술관 별관 격이다. 전체 24점(220억 원 상당)의 소장품 가운데 23점이 이 화백이 기증한 작품들로, 그는 건물 설계에서부터 작품 배치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이우환 공간’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면서 부산 시민들의 어깨도 덩달아 으쓱해졌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는 ‘한동네’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특히 이 화백의 이름을 건 국내 유일의 미술관이라는 ‘상품성’은 지역민들에겐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준다.

그도 그럴 것이 경남출신인 이 화백은 일본 모노파(1960년대 일본현대미술운동)의 창시자로 그의 ‘선으로부터’(1976년 작)는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23억 원에 낙찰됐고 한국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2011년)을 열었다. 지난 2010년 일본 나오시마에 건립된 이우환 미술관은 한해 평균 50만 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미술관이다.

최근 대구광역시도 새로운 문화명소의 탄생으로 한껏 들떠 있다. 이달 초 간송미술관의 운영법인인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상설전시관인 분관을 대구에 짓는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부지선정에 들어갔다. 지난 2013년부터 간송미술관 분관 유치전에 뛰어든 대구시는 권영진시장과 시의회 의장까지 나선 덕분에 최종지로 ‘낙점’됐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간송미술관은 1938년 서울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으로 일제 때 문화재 지킴이 역할을 한 간송 전형필(1906∼62) 선생이 평생 모은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등 국보와 문화재 1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는 간송미술관 분관 유치로 시립미술관과 연계, 명실상부한 미술의 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춘 미술관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관광자원이다. 이우환 미술관과 간송미술관 분관을 유치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부산, 대구, 인천, 제주 등 지자체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우환 공간과 간송미술관 분관을 ‘놓친 건’ 광주엔 뼈아픈 대목이다. 사실 광주 시립미술관에는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씨가 기증한, 알토란 같은 35점의 이우환 작품이 있다. 하지만, 이젠 ‘이우환 공간’의 그늘에 가려 ‘광주만의 컬렉션’으로 전락할 처지다. 이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을 브랜드화하지 않는 광주시의 무관심 탓이다. ‘옥석(玉石)’을 구분 못하는 시의 무딘 문화행정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