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 혁신도시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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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완화, 혁신도시 무용지물
노 경 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2015년 07월 13일(월) 00:00
최근 KTX 개통으로 광주·전남의 투자 유치 및 관광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입주와 한전의 500개 기업 유치를 통한 에너지밸리 구축 사업은 자동차 100만 대 구상과 더불어 우리의 염원인 제조업 중심의 생산도시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와 최근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위임 등의 정책들은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위기의식에 공감하면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를 구성하여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1000만 인 서명 운동’에 대대적으로 참여하여 벌써 76.5%를 달성했다고 한다. 지방에서 이처럼 반대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중앙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수도권 규제가 과밀을 막는 데 도움이 됐지만, 수도권 투자 길이 막히자 많은 기업이 지방으로 가지 않고 외국으로 방향을 틀거나 투자 계획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한때 수도권 성장을 묶었던 영국·프랑스·일본도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자 1980년대 이후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대폭 풀었다는 사례를 들기도 한다. 여기에 경기개발연구원은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400여 개 기업이 67조 원을 투자해 1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정량적 분석까지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정부에 들어와서 국토정책에서 ‘균형’이 빠진 채 신자유주의적인 ‘경쟁’ 체제로 180도 바뀌었다. 1980년대 이후 유지되어 왔던 ‘선(先) 지방 지원,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기본 틀을 깨고 5+2의 광역경제권을 도입하여 수도권이 지방과 장애물 없이 경쟁할 수 있게 하였다.

이제 수도권에는 전국 인구 중 50%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선거에서 지역은 마이너이고 수도권의 표심에 승부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정부는 아예 드러내 놓고 ‘수도권’이라는 말을 빼 버리고 ‘지역행복생활권’을 도입하여 광역자치단체별로 분할하였다. 낙후 지역에 대한 배려 없이 수도권과 지방이 많은 공모 사업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는 수도권 유턴 기업 재정지원 허용과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입지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넘겨주기로 한 조치도 사실상 수도권이 주요 대상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실제로 경기도 과천·안양·수원 등에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로 지연되고 있던 개발 사업들이 재추진의 시동을 걸고 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수도권에 규제가 완화된다면 빛가람 혁신도시와 함께 찾아온 광주·전남의 상생 발전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빛가람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밸리와 같이 산업클러스터가 구축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연구 개발 및 기업의 이전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제조업 허용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어떻게든 저지해야 하는 것은 우리 지역의 당면 과제이다.

한편으로는 수도권의 규제 완화가 시행된다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지역으로는 수도권과 바로 인접한 충청권을 들 수 있다. 이제까지 충청도는 수도권에서 많은 공장의 이전으로 엄청난 혜택을 누렸으며, 충청권과 수도권을 하나의 권역으로 보는 ‘수충권’(首忠圈)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1000만 인 반대 서명 운동’의 결과를 보면 가장 절실한 충북보다 전남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쌓인 지역 차별의 한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의 구도는 1차적으로 충청권의 반발 강도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은 정권을 창출한 대구·경북의 자기 몫에 대한 요구이다. 부산·경남과 호남권은 그 지역만큼 기업 유치에 충격이 클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우리 지역이 선봉에 서서 중앙정부에 대항하는 모양은 전략적 대응이 아닌 것 같다. 충청과 대구가 도와 달라고 요청할 때 명분과 실리를 담아서 지원해 주자. 또 우리 몫을 주장할 때는 항상 영남권과 비교해서 인구수와 낙후도에 따라 합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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