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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교훈과 지역의 의미
이 상 면
광주대 교수
2014년 11월 24일(월) 00:00
지난 9월18일 스코틀랜드 독립투표가 결국 부결되었다. 이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지역의 의미와 중요성을 확인시켰다는데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2차 대전 후 많은 민족들이 주권국가의 독립을 꿈꾸던 시대는 가고, 이제는 지역의 자치 및 경제적 자립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생활기반이 흔들리면서까지 독립을 쟁취하는데 의미를 찾지 못했다. 독립보다는 더 많은 자치권을 확보하고, 상당한 실리를 챙기게 되면서 향후 영국 내에서 스코틀랜드 지역의 힘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강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가 해체되면서 지역 주민의 주된 관심은 주권국가 수립을 위한 민족운동이 아니라 지역의 자치와 경제자립을 희망하는 주민운동이 된 것이다.

경제발전의 측면에서는 1980년대부터 지역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조망되기 시작하였다. 그전 거시경제 황금기에 지역은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한 낙후의 관점에서 접근되었다. 하지만 케인즈 거시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가속되면서 지역이 새로운 범주로 등장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보듯이 지역의 힘만으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산업을 태동, 발전시켰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재정압박의 여건 하에서 산업육성과 고용창출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경쟁단위로 지방이 부상하였던 것이다. 국가 차원의 산업육성이 점차 효력을 상실하면서 지방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의 설계와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부터 시작한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정책의 제1목표는 경제성장이었다. 당시 지역정책의 우선순위 역시 국가 경제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을 효과적으로 건설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지역발전이 목표가 아니라 국가 경제성장이 목표였고, 각 지역은 국가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필요한 수단으로 동원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된 이유 중의 하나가 국가 전체의 목표달성을 위하여 지역을 수단으로 취급하였던 국가중심적 사고방식이다. 국가가 발전하면 지역은 저절로 따라서 발전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제대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국가발전이 지역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발전이 국가발전을 가져온다. 각 지역이 고루 발전하면 국가는 저절로 발전하는 아래로부터의 샘물효과(trickle up effect)를 추구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대량생산체제 대신에 다품종 소량생산, 지역자원 활용, 공동체 주도, 협업이라는 새로운 상품 또는 생산방식에 주목한다.

대량생산체제에서 지역은 입지로서 한정된 의미만을 가졌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지역은 주민 생활의 장이고, 교육·훈련이 이루어지는 내발적 성장의 터전이다.

지금도 대부분 지자체의 발전정책은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외부기업을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재정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거나 외부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전략은 하향적이고 외부지향적인 사업 특징으로 인해 추진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주민이 배제됨으로써 지역적 관심과 참여를 얻지 못해 점차 자생력을 잃게 되는 한계를 보였다. 단순조립형 공장 유치는 외부 종속과 이윤 유출 등으로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되지 못했다.

특히 예산을 가능한 한 더 많이 받아오는 단체장이 유능하다고 인정받고, 성과에 관계없이 예산 투입만 중시되는 구조 하에서는 지자체가 잠재력을 발굴하고 지역의 자생적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노력에 집중할 수 없다. 내발적 발전전략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지역역량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의 성과를 지역사회에 착근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지역의 민관 파트너십 활용을 통해 자립적인 발전에 성공한 사례가 국내외에 많다. 지역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전환마을(유럽, 호주), 로컬푸드 운동, 슬로시티 운동, 에코뮤지엄, ‘지역을 사자(buy local)’ 운동, 제3이태리와 같은 장인적 산업지구 구축 등 우리 지역도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좋은 사업들이다.

지자체의 우선적인 관심이 외부 투자유치에서 지역산업 육성, 사회적자본 축적, 노동시장 구조개선, 지역기업 창업지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 등으로 빨리 바뀌어야 한다. 내발적 발전의 실현을 위해 중요한 요소는 지역자원 발굴과 지역역량 구축이고, 그 활동은 지역사회와 주민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발전의 성과를 지역에 남기는 활동에 주민들이 더욱 헌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참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