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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창의성에 대한 단상
이 승 권
조선대학교 아시아문화교류사업단장
2014년 09월 15일(월) 00:00
여행가이드 잡지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 따르면, 2014년에 세계인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프랑스 파리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2013년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도시도 파리라고 한다.

신의 도시에서 왕의 도시로, 왕의 도시에서 빛의 도시로 변신을 꾀했던 파리는 인간의 도시를 꿈꾸고 있다. 파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지만 과거를 망각하지도 않는다. 파리는 현실을 중시하지만 미래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파리는 과거를 현재에 재현하고 미래를 현재로 끌어들여 현재를 확장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꾸며 재창조되고 있는 파리! 루브르의 변신에서 보여준 파리의 역동성은 미세하지만 파격적이다. 외견상 현실에 안주하는 듯하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파리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만한 도시이다.

파리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창조적 성찰이다. 끊임없이 창의적 이데올로기를 양산하는 파리의 문화적 호기심은 지칠 줄 모른다. 창의성은 구호만으로 성취되는 대상이 아니다. 부단한 자기 성찰이 없으면 순식간에 진부한 것이 되고 만다. 특히, 창의성을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전환시키려면 부단한 노력과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함부로 사고하거나 마구잡이로 상상해서는 창의적 사고를 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과 같은 창조적 집단사고는 창의성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창의성은 복합적 사고의 산물이다. 따라서 개인의 창의성이건 도시의 창의성이건,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학제간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가 창조적 변화의 연속이었다는 점에서 창의성은 실체가 없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과 같이 문명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꾼 창의성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변화의 연속이었고 진부한 것과의 싸움이었다. 파리에는 파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들이 많다. 그러나 파리는 오래된 것들을 진부한 것으로 배척하지 않는다.

오늘날에 진부한 것도 과거에는 창의적 사고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은 창조된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이며 융합된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파리가 세계인의 눈길을 끄는 것은 진부한 것들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오래된 것들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려는 부단한 노력 때문이다. 도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서 창의적 도시문화를 만들어가는 파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세계인은 파리를 방문하는 것이다.

게다가 파리에서 진행되는 창의적 도시 만들기는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도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시민들은 시민에게 맞는 창의적 활동을 수행한다. 나이와 직업,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창의적 삶을 영위함으로써 시민의 도시 해독력(urban literacy)을 키워간다.

광주가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꿈꾼다면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의 문화 리터러시(culture literacy)를 키워서 문화도시에 대한 시민의 안목을 높여야 한다.

글로컬리즘(glocalism)의 등장과 함께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창의성 논쟁은 창의도시 만들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랜드리(Charles Landry), 플로리다(Richard Florida), 사사키(Sasaki Masayuki)로 대표되는 창조도시 이론가들은, 창의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 인재의 역할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창의도시는 창의 인재와 교감하는 시민들의 창의적 사고가 수렴되는 시스템을 갖춘 도시이다. 따라서 창의도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창의 인재의 선도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창의적 역량을 키우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문화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과 함께 창의성 개발을 위한 스킬(skill sets)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창의적 문화도시 광주를 생각하며, 전당의 개관에 앞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ity of Media Arts)에 등재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