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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시장이 필요한 이유
2014년 07월 23일(수) 00:00
지난 5월 대구 근대골목 취재차 대구 중구청을 방문한 기자는 인상적인 명함 한 장을 받았다. ‘문화관광분야 달인’이라는 큰 글자가 적힌 오성희 주무관(대구 중구 문화관광과)의 명함이었다. 오 주무관은 근대골목에서 문화를 길어 올린 ‘골목투어의 달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5년 동안 골목 해설사 교재발간, 골목투어 강의, 골목투어 인터넷 카페 등 근대골목을 부활시킨 공로로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달인’이란 영예를 얻었다. 통상 1∼2년 마다 담당업무가 바뀌는 공무원들의 인사관행에 비추어 볼 때 5년 근속은 매우 이례적이다. 오 주무관의 현장경험과 중구청의 지원 덕분에 근대골목투어는 지난해 20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대구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 관계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올 1월 광주시 정기 인사로 조직위의 일부 공무원들이 자리를 옮긴 탓인지 새로운 인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담당자들이 교체되다 보니 업무 파악하느라 힘든 것 같았다. 컬쳐버시아드(문화 U대회)를 내건 슬로건이 무색하게 문화사업부서의 관계자들은 ‘신인’들이 유독 많았다. 지난해 국제 스포츠이벤트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외국 출장을 다녀온 공무원 역시 U대회와는 거리가 먼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공무원 인사 관행이라고 하지만 부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일반적으로 한 조직의 문화업무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전문성을 더 필요로 한다. 문화마인드나 식견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과 노력이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의 문화에 대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문화행정에 대한 마인드는 상당히 ‘비문화적’이다. 실례로 광주시에는 지난 2005년 아시아문화 중심도시사업과 시 문화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신설한 문화체육정책실이 있다. 하지만 잦은 인사 교체와 낮은 전문성으로 굵직한 문화이슈들이 얽힐 때 마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역대 문화정책실장들의 재임 기간이 평균 6개월∼1년에 불과한 것은 ‘문화’에 대한 광주시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잘 말해준다.

최근 광주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문화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지난 2002년 부터 추진해온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올해 스타트를 끊은 동아시아문화도시 프로젝트는 성공 여부에 따라 광주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 메가 이벤트가 탄력을 받도록 지역 문화정책들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문적 역량을 갖춘 문화 컨트롤타워가 시급한 이유다.

지난 18일 민선 6기 시민시대를 맞아 광주시가 민관합동정책 모델을 찾기 위해 주최한 ‘시민 아고라 500’ 원탁토론가 열렸다. 이날 원탁토론에서 시민들은 문화분야의 주요 정책으로 문화부시장과 같은 문화콘트롤 타워를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문화로 먹고 사는 도시’를 꿈꾸는 광주에게 문화부시장 도입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정책이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