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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의 파업에서 배워라
2013년 06월 19일(수) 00:00
지난 2009년 파리지앵들은 우울한 크리스 마스를 보냈다. 프랑스의 문화아이콘인 퐁피두센터가 성탄절을 앞두고 총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퐁피두센터에서 우아하게 연말연시를 보내려고 했던 파리 시민들은 갑작스런 파업에 충격을 받았다. 공장도 아닌 미술관이 파업으로 문을 닫은 예는 거의 없어서다.

퐁피두센터가 파업이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건 당시 사르코지 정부의 예산삭감 때문이었다. 퐁피두센터는 1년 예산(1500억 원·2008년 기준)의 70%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자체수입으로 운영하는 사실상 국립기관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재정난을 이유로 40%의 인원감축과 예산삭감을 골자로 하는 공공부문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직원(1043명)의 40%를 단계적으로 감원하고 70%의 예산지원도 점차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국영으로 운영해온 퐁피두센터에 대한 지원을 줄여 궁극적으로 법인화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파리지앵들이 퐁피두센터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퐁피두 센터가 잠시 문을 닫는 것은 문화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리지만 예산삭감으로 인한 ‘불행’을 겪고 싶지 않아서다. 지원이 줄어들면 입장료가 인상되고 질 낮은 콘텐츠들이 퐁피두센터를 채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퐁피두센터는 상업성이 강한 전시들을 기획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4년전의 총파업 덕분(?)인지 현재 퐁피두 센터는 정부로 부터 운영예산의 70%를 지원받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600만 명(하루 방문객 1만8000명)이 찾는 글로벌 명소이지만 늘 재정은 빠듯하기만 하다. 최근 5개 시설(도서관·음향연구소·산업창조센터·영상전시공간·현대 미술관)가운데 방문객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미술관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정부가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을 법인에 위탁운영하는 내용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법안의 요지는 문화전당의 운영주체를 문화부가 아닌 법인에 맡긴다는 것. 하지만, 이는 전당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인 예산확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실화가 우려된다. 전당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저예산 콘텐츠를 추켜들 경우 그 대가는 고스란히 광주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퐁피두센터의 파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다 문화도시 파리의 자긍심을 떨어뜨릴 뻔했던 어리석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공의 가치다. 문화부가 전당의 운영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