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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5·18
2013년 05월 15일(수) 00:00
미국 워싱턴 D.C 10번가에 위치한 포드극장(Ford‘s Theatre)의 시계는 ‘1865년 4월14일 밤 10시15분’에 멈춰서 있다. 에브라함 링컨(1809-1865) 대통령과 부인 메리가 27살의 연극배우 존 윌크스 부스(1838-1865)에게 피격을 당한 시간이다. 극장에 들어서면 1865년 오전 8시부터 암살된 10시15분까지 링컨의 시간대별 동선들이 공연장 통로 벽면에 기록돼 있다.

‘그날’ 이후 148년이 흘렀지만 링컨 대통령의 암살현장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1932년 미 연방정부가 국가사적지로 지정하고 링컨 대통령 탄생 200주년(2009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덕분이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글로벌 문화명소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이 일어났던 현장이지만 국경과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워싱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1만 여 명에 달한다.

지난 2011년 4월 취재차 들른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극장 주변에는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마치 공연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실제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포드극장의 상설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었다. 지난 2009년 12월 재개관과 함께 선보인 연극 ‘천국은 어두운 곳에 있다(The Heavens are Hung in Black)’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링컨 대통령의 역정과 고난을 그린 작품은 포드극장의 전시물(링컨 유품과 자료)과 함께 링컨의 삶과 업적을 되돌아 보게 한다.

또 한번의 5·18이 다가온다. 올해로 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난지 33주년이 됐지만 여전히 5월의 전국화, 세계화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타 지역에서 온 국립 망월동 묘지 참배객들은 5월 항쟁의 숭고한 가치를 느낄 만한 볼거리를 접하지 못하고 광주를 떠난다.

5월을 예술로 승화시킨 문화행사 역시 빈약하기는 마찬가지. 5·18 33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와 전시회가 올해도 열리지만 매년 비슷한 내용이어서 이렇다할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월주간이 끝나면 80년 5월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상설 공연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5·18은 광주만의 소중한 자산이자 매력있는 콘텐츠다. 다양한 발상과 스토리텔링을 덧입힌다면 얼마든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 전 세계인들이 5·18과 소통하게 될 ‘그날’을 보고 싶다.

〈편집부국장 겸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