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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가 만능은 아니다
2013년 04월 10일(수) 00:00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농산물가격을 얘기할 때면 흔히 배추를 예로 든다.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김치 값의 반이상을 차지하는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먹어야하고, 밥을 먹거나 국수를 먹거나,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찾는 반찬이 배추김치이니 식탁물가의 대표주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추값이 오를 때마다 TV보도는 대충 이렇게 전개된다. 산지농업인이 오백원 받은 배추를 소비자는 만원을 주고 사야하는 시장풍경을 보여준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주부가 인터뷰를 하고, 유통단계가 복잡해 과도한 유통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멘트와 6∼7단계에 이르는 유통단계가 배추값을 부풀리는 주요인이고, 이를 축소하고 직거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맞는 말이다. 유통단계가 줄면 유통비용도 마진도 줄어든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거래할 수 있다면 유통비용도 마진도 별반 계산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소비자와 모든 농업인들이 직거래에 나선다면 사회전체적으로 효율적일까?

김치를 담기 위해 필요한 배추, 고추, 무 등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가 5명, 소비자가 1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김치를 담기 위해 10명의 소비자는 5명의 생산자들과 모두 거래해야만 하므로 사회전체적인 거래 수(10×5)는 50번의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김치재료를 취급하는 유통업자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개할 수 있다면 거래총수(10+5)는 15번으로 끝나게 된다. 김치를 담기 위해 소비자는 5명의 생산자 모두와 거래할 것인지, 유통업자와 1번에 거래를 끝낼 것인지는 개인적 취향이지만 사회적 비용은 후자가 훨씬 경제적이다. 유통업자는 생산자들에게서 배추와 무와, 고추를 수집해서 보관하고, 저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정보제공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산업통상부에 제출되었다는 유명대학 용역보고서에는 전통시장에서 농산물 유통비용이 평균 소비자가의 43.4%에 달한다 한다. 이를 두고 어느 일간지 사설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농축산물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채소값이 순식간에 폭등하고 산지의 소돼지값이 폭락하는데도 소비자가격이 요지부동인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 유통비용이 높은 이유중 하나는 개별농가가 수백 수천만 평씩 농장을 가진 선진국보다 가족농중심의 영세농가가 다수인만큼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하는 것부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유통단계에서 수집이나 저장 등 제 나름의 역할과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유통마진을 반대급부로 얻고 있는 유통주체가 하는 일 없이 마진만 챙겨오고 있었다면 진작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을 것이다.

유통단계를 축소하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려주자는데 반대할 이는 없다.

그러나 농산물유통단계에서 중간의 끼인 유통주체들이 마치 가격폭등을 일으키는 주범인양 추궁하는 것은 문제를 개선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면 산지와 직거래비중이 큰 대형유통업체간 거래가 바람직하겠지만 산지생산자들이 조직화되어 교섭력을 갖지 못하면 오히려 대형유통업체의 이윤만 늘려줄 수도 있다.

직거래도 필요하고 유통단계 축소도 필요하다. 파머스마켓이나 로컬푸드도 유효한 모델이다. 다만 그 비중을 따져 어느 것이 주류이고 어느 것이 부가적인 것인지를 따져 사회전체적인 비용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옥영석 2005년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