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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당은 판타지가 아니다
2013년 04월 10일(수) 00:00
요즘처럼 지역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많이 받아본 적이 있었는가 싶다. 최근 광주일보 자매지인 월간 ‘예향’이 11년만에 복간되자 여기 저기서 축하와 격려를 해주셨다. 소설가 이미란 교수(전남대)는 “올 들어 가장 기뻤던 일 중의 하나가 예향복간 소식이었다”고 전했고 임의진 목사(메이홀 관장)는 “외로움을 덜어줄 옛동무의 귀환을 환영한다”며 ‘격하게’ 반겨주었다.

기다렸던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예향에 거는 기대와 요청도 뜨거웠다.

서양화가 우제길씨는 “단순한 월간지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가 달린 빅 문화이벤트를 아우르는 구심체가 되어달라”는 과분한 덕담을 건넸고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는 “문화수도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달라”는 애정어린 당부를 잊지않았다.

그중에서도 ‘예향’ 복간호의 커버스토리였던 ‘홍콩, 싱가포르, 광주의 문화전쟁’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많은 예술인들은 2015년 아시아의 문화 ‘지존’을 놓고 세 도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프로젝트의 현지르포를 접하고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홍콩의 서구룡 문화지구는 ‘충격’이었다고 했다. 21세기 문화향유공간을 컨셉으로 3년 전부터 마이클 린치(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대표)와 큐레이터 라스 니티브(전 런던테이트모던 미술관장), 공연프로듀서 루이스 유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영입해 콘텐츠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은 부러움,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013 아시아 문화전당(전당) 국제컨퍼런스’에서 아시아 문화개발원이 1년간의 산고 끝에 내놓은 전당 개관 콘텐츠는 희망 보다는 우려를 안겨주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아시아 동반성장’, ‘창의적 집단지성의 형성’, ‘문화도시 조성의 거점’이란 컨셉은 ‘난해해도 너무 난해’했기 때문이다. 창작공간인지 향유공간인지 성격이 모호한 데다 콘텐츠 역시 특정주제나 정체성이 없어 마치 화려한 ‘말의 성찬’을 보는 듯 했다. 오죽했으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너무 막연하다”며 수정·보완을 지시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광주는 교통과 인프라 등에서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열세다. 광주만의 ‘필살기’콘텐츠가 없는 한 ‘아시아의 넘버원’은 커녕 예산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현실성 없는 콘텐츠는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제 아무리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편집부국장 겸 문화선임기자·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