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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원전’ 지명의 굴레
장 필 수
사회2팀장
2013년 01월 18일(금) 00:00
삼수갑산, 삼천포, 옴천.

모두 한반도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공통점은 이들 지명과 얽힌 관용구가 있고, 한결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삼수갑산(三水甲山)은 함경남도에 있는 산골마을이다. 예부터 죄인들이 귀양가던 곳으로 물이 깊고 산이 험해 한번 가면 나오기 힘든 오지의 대명사가 됐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라는 표현은 사지(死地)를 간다는 비장한 각오가 배어있다.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표현도 있다. 이야기가 곁길로 흘러가거나 어떤 일을 하다가 엉뚱하게 그르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삼천포 사람들은 이 말을 지역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될때 사천시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옴천면은 강진군의 11개 읍·면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곳이다. 옴천면 전체 인구가 강진읍내 한 마을인 목리(牧里)정도니 얼마나 열악한지 알만하다. ‘목리 이장하지, 옴천면장 안한다’는 말은 마을만도 못한 면이란 무시가 깔려있다. 거품을 많이 내서 맥주를 따르는 것을 두고 ‘옴천면장 술따르듯 한다’고 표현한다. 지나치게 아끼거나 인색하게 굴때 사용하는데 가난한 면 살림살이의 아픔이 담겨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명과 관련된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지금도 유·무형의 고통을 겪고 있다.

영광 주민들이 ‘영광원전’에서 영광이란 지명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들 지역민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광원전의 잇따른 고장과 납품비리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이 지역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원전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영광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굴비와 모싯잎 송편 등 특산물의 주문이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참에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거나 고리원전이나 월성원전처럼 ‘군’단위 명칭을 빼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영광원전 명칭변경은 1994년부터 간헐적으로 추진돼왔지만 이번처럼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인 적은 없었다. 주민들은 다음달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측에 지명 변경을 강력하게 요청할 방침이다.

한수원측은 비용과 절차 문제를 들면서 아직까지는 명칭 변경에 소극적이지만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길게 끌 문제가 아니다. 지명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작용해 굴레가 된다면 과감하고 신속하게 벗겨주는 것이 도리다.

/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