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끝산자락 가을 수채화 속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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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끝산자락 가을 수채화 속을 걷다
<40> 땅끝 천년숲 옛길 도솔봉~미황사
달마산 아래 진도 앞바다 올망졸망 섬들 정겹고
도솔봉 기암괴석 지나 숲길 걸으며 행복한 3시간
2011년 11월 21일(월) 00:00
도솔봉에서 내려다 본 남해바다. 해남군 송지면 마봉리 뒤로 남해 바다가 보이고, 그 뒤편으로 진도군이 바다를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겨울 초입인데도 하늘은 마냥 푸르고 높다. 남해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이 달마산 정상 봉우리로 마구 들이닥친다. 달마산 정상의 기암괴석 위로 펼쳐진 깃털 구름이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흩날리며 갖가지 형상들을 만들어내는 게 장관이다. 흰 물감을 푸른색 도화지에 풀어놓고 붓으로 살짝 터치해 놓은 듯한 구름이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옮겨다니며 한 폭의 멋진 수채화를 만들어내는 듯 하다.

도솔암에서 미황사로 가는 길은 해남 달마산의 6부 능선쯤을 따라 걷는 길이다. 해남 땅끝에서 미황사와 대흥사, 강진 다산초당에 이르는 총 60km 구간의 ‘땅끝 천년 숲 옛길’의 일부 구간이다.

도솔암∼미황사 구간은 8km에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큰 오르막이 없는 완만한 산책 길이다.

도솔암과 도솔봉 정상에서는 서해와 남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5월에는 달마산이 진달래로 가득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꽃 향기에 취하고 서남해안 절경에 탄성을 지르고 싶으면 5월에 도솔봉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도솔암으로 가는 진입로는 폭 3m의 넓은 임도로, 숲 길이라기 부르기에는 적절치 않다. 예전에는 폭 1m도 채 되지 않는 오솔길이었지만, 국유림 관리사무소가 임도를 내면서 볼썽사나운 길이 됐다. 다행히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임도 공사는 300여m 정도에 그쳤다.

산을 깎아 넓게 길을 낸 임도 자체가 눈에 거슬리지만, 시선을 좌 우측으로 돌리면 눈은 호사스러움을 만끽하게 된다.

길 좌측으로 송지면 마봉리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서 논 두렁을 태우는 연기가 마을을 감싸고, 그 뒤로는 진도 앞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바다 사이사이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과장하면 베트남 하롱베이를 옮겨놓은 듯 하다. 길 우측으로는 도솔봉의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웅장한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파수꾼처럼 먼 남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임도가 끝나면 숲 속 오솔길이다. 임도가 끝날 무렵에 두 갈래 길로 나눠진다. 오른쪽으로는 도솔암, 곧바로 걸으면 미황사로 가는 길이다.

도솔암으로 발길을 옮겨봤다. 완만한 길을 벗어나면 가파른 길이 나온다. 도솔암으로 향하는 정상 부근은 완만하던 산 아래와 달리 깎아내린 듯한 바위 봉우리 등으로 인해 오르기 쉽지 않다. 10여 분 정도 오르니 바위 봉우리 위에 제비집처럼 지어진 암자가 눈에 들어온다.

어쩜 저렇게 높은 바위 벼랑 틈에 암자를 세웠나 싶을 정도로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도솔암에서 바라본 전경은 10분 전 도솔암 오르기 전 6부 능선쯤에서 본 광경과는 판이하다. 정면으로 땅끝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진도, 좌측으로는 완도가 보인다. 가파른 바위를 조심스럽게 내려와 다시 미황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미황사 가는 길은 편백나무와 굴 참·갈 참나무 숲을 지나고, 돌작밭인 너덜을 지나 이어진다. 숲 길이라 볼거리는 없지만, 마음이 왠지 차분해지는 길이다.

수많은 백성들이 불공을 위해 이 길을 걸었을 것이고, 속세를 뒤로하고 구도자의 길을 들어선 불자들도 자신을 돌아보며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지금은 템플스테이 참여자들이 산책길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숲 길이 끝날 즈음 승려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밭이 나온다. 부도 탑 숫자와 각양각색의 모양이 미황사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미황사는 보기보다 볼거리가 많은 사찰이다. 보물 947호로 지정돼 있는 대웅보전은 특이하다. 외부는 단층이 없지만, 내부는 단층이 돼 있고, 대웅전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이 상이 조각돼 있다. 천정에는 인도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미황사는 불교의 북방유입설이 아닌 남방 불교 유입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찰이기도 하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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