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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외상 진료체계
2011년 04월 13일(수) 00:00
며칠 전 응급 환자에 대한 기사가 한 중앙지 1면에 보도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의 자동차 공업사에서 트럭을 정비하던 김모씨가 차량에 깔렸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병원에서 기도를 확보하는 등 응급조치를 하였으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응급의료센터(1339)에 도움을 청했고,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린 아주대 병원 이국종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외상으로 부상이 생긴지 3시간이 지난 뒤였다. 아주대 병원의 이교수는 서둘러 수술을 하였지만 ‘골든아워’를 놓쳐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응급 외상 진료체계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외상 진료에는 이른바 ‘골든 아워(Golden Hour)’ 가 있다. 사고 직후 1시간 이내를 가르킨다. 이 사이에 치료하면 환자의 생명을 건질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권역별 전문외상 센터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번 사고 환자도 일반 병원에서 거의 3시간 가량을 지체해야 했다. 또 응급환자 전용 헬기가 없어 소방헬기를 요청하고 환자를 옮기는데 추가로 50여분 가량이 버려졌다.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데 소방항공대에서는 “헬기를 띄우려면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막상 헬기에는 기초 의료 장비도 없었고 무전기도 고장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21세기 첨단의료시대, OECD국가 중 의료수준 5위인 대한민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61만여 명의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을 찾았고 결국 2만8천여 명이 사망했다. 이 중 33%인 9천여 명은 살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것이 ‘예방 가능 사망률’로 숨진 외상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응급 외상 진료만 받았더라면 살았다는 얘기다.

선진국의 경우 ‘예방 가능 사망률’이 10% 이하다. 이를 낮추려면 응급이송체계는 물론 전문의와 전문병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외상전문 병원은 병원의 경영 측면에서 보면 빵점이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교수도 최근 인터뷰에서 작년까지 1년간 열심히 수술했더니 병원 손해만 8억 원이 넘었다고 하였다.

그러니 병원도 의사도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증외상 센터가 독일에는 90곳, 미국에는 50곳, 일본에는 22곳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군데도 없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3대 사망원인으로 암(28.3%), 심뇌혈관질환(19.5%)에 이어 외상(9.1%)이 꼽힌다. 의료복지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전국 6개 권역에 외상센터를 설치하고 헬리콥터로 환자를 이송하는 방안을 냈으나 한국개발원(KDI)에서는 비용대비경제성이 낮다는 이견을 냈다고 한다.

어떻게 연간 1만 여명의 목숨을 구하는 사업을 경제성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냐는 비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관점의 의견을 내야 할 한국개발원의 의견은 당연한 것이며 보건의료관점이 아닌 경제적 의견을 제시해야하는 부서의 의견에 의해 보건정책을 수행하지 못한 행정부서에 있다 잘못이 있다.

한 나라의 장기적인 보건정책을 수립과 시행이 경제적인 관점의 보고서 한 장 때문에 응급의료체계의 구성이 흔들리고 바뀌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응급의료 체계를 공공의료로 행하려 한다면 지금의 의료보험 체계에서는 적자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발생한 적자는 국민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또 문제다.

그러나 또 하나의 발생 가능한 문제는 응급의료체계를 공공성을 강조하며 민간의료체계로 떠넘기려 한다면 신종 플루가 전 국가적으로 유행했을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심사평가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의료행위 및 재료의 사용은 불법이다.

그래서 1년간의 응급 의료행위로 병원 손실이 8억 원을 넘었을 것이며 이러한 손실은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그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줄일 것이다. 응급 외상 진료체계는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 지금부터 열심히 해도 이미 늦었다. 그리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심상돈 동아병원장